어릴 적 너는 참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심한 아이였지. 1남 4녀 중 넷째로 태어나 사랑을 받고 자라날 줄 알았는데 너의 집안 풍경은 전혀 그러지 못했잖아. 가정에 소홀하신 아버지, 가장으로서 제 역할수행을 해내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너희 집은 늘 돈이라는 족쇄에 허덕여야 했고 그로 인해 너희 엄마는 가녀린 어깨에 모든 걸 짊어지셔야 했잖아. 그걸 지켜야 봐야 하는 자식들은 '엄마가 우릴 놔두고 도망가시면 어떡하지?'
안 좋은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며 늘 불안했었잖아.
'나는 왜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을까?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할까? 우리 아버지는 왜 이런 사람일까?
하며 매일 원망하고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잖아.
술로 매일을 지내신 아버지는 갖은 질병으로 병원을 전전하시다 중1 때 하늘나라로 가셨지.
솔직히 너무 슬펐지. 하지만 가정불화의 원인이셨던 아버지가 안 계시는 게 오히려 감사했었어.
엄마가 적어도 아버지로 인해 마음고생은 안 하셨으니까.
아버지의 부재, 가난, 엄마의 고군분투하는 삶 때문에 조금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잖아. 그래서 늘 너의 자존감은 바닥이었지. 열등감으로 가득찼었지. 안 그래도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더 움츠려들고 더 마음의 문을 닫았었지. 이로 인해 자신감도 더 없어지고 말이야.
그래서 학창 시절 넌 친구들이 많지 않았잖아. 그래서 외로웠지. 그래서 공부에만 전념을 했던 거고 고생하는 엄마께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공부를 잘해서 효도하는 거라고 늘 마음속으로 되뇌었잖아. 그런데 좀 더 공부 잘하고 싶어 학원을 가고 싶었지. 하지만 학원비를 충당할만한 여유가 하나도 없었잖아. 학원 한번 간다는 게 이렇게 사치스러운 일이구나 하고 거기서 넌 또 좌절감을 맛보았지. 그래서 너의 청소년기는 그냥 암울 자체였었지. 그렇다고 대학교 가서도 넌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놓지 않았지. 다 네 몫이었으니까
네 삶을 쭉 돌이켜보면 뜻대로 되지않은 일이 너무 많았어. 교대에 들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은 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잖아. 저체중아 딸을 낳아 마음고생도 했고 시댁 일로 인해 힘들었고 몇 년 동안 준비했던 시험도 뜻대로 안되고 남편 사업으로 인해 생계형 워킹맘의 삶까지....
'내 삶은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고달픈 삶을 사는 걸까? 난 분명 노력했는데 결과는 늘 이럴까?
난 노력해도 안되는 삶인가?
생을 마감하고픈 안 좋은 생각도 했었지.
그런데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시간이 약이 된 걸까?
성숙해진 걸까?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 걸까?
살아내고 버티다보니 이젠 이 힘든 시간들이 나의 삶의 밑그림이 되고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역으로 생각해보니 감사할 일도 참 많았는데
그 안의 소소한 감사함은 잊은 채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것 같아.
그동안의 수고스러움이 있었기에 단단해진 지금의네가 있는 거잖아.
시골에서 자라났기에 이 도시의 적막함을 이겨낼 수 있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크게 키울 수 있었던
자립심과 생활력, 작게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자라 지금은 누구보다 나의 비타민이 되어주는 딸아이,
비록 경제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가정에 충실하며 자상하고 아이들밖에 모르는 딸바보 남편, 내 커리어와 정체성을 채워나갈 수 있는 직장일 감사할 일들이 참 많잖아.
그리고 지금 책 한번 써보겠다고 다부진 마음으로 이 시간 글을 쓰고 있는 있는 너의 결단력까지 모두 칭찬해 주고 싶어.
새별 오름 오르며 과거와 결별하기로 마음먹었던 시간들
이젠 과거의 너와 결별할 시간이 온 것 같아.
지금껏 마음속 응어리로 남아있던 과거의 나를 잘 보내주자. 그동안 살아내느라 버텨내느라 고생했다고
토닥이며 작별의 시간을 고해야 할 것 같아.
이제 새로운 너와 마주할 시간이야.
좌절이 아닌 희망으로, 불행이 아닌 행복으로, 열등감이 아닌 자존감으로, 불평불만이 아닌 감사함으로
무장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 과거의 경험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준비되었지?
그럼 이제 날아보는 거야! 저 멀리~저 높이~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도 살아내야 할 시간이 더 많잖아.
앞으로 살아내야할 삶의 여정도 결코 쉽진 않겠지. 어떤 일들이 네 앞에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넌 이제 엄마로서 마음 면역력이 단단히 생겼잖아.
결정 근육도 좀 키우고 스스로 평가절하했던 마음의 온도를 서서히 높여보자.
과거의 너를 잊고 새로운 맘으로 비상해 보자.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옆에서 널 응원할게!
같이 힘내보자.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네가 올여름 제주여행 때 제일 기억에 남는 사진과 네가 좋아하는 김미경 작가의 말을 더하며
위로의 편지 이만 마칠게.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힘내길 바랄께.
그동안의 힘듦과 아픔들이 치유되었던 시간(섭지코지에서)
맑고 청아한 하늘과 구름 푸른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었던 시간
모든 메시지는 해석하기 나름이에요 꺾인 나뭇가지는 반드시 다른 방향을 가리키죠. 인생을 바라보는 조망권이 달라지면 인생을 다르게 해석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특히 나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져서 늘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을 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