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by 에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감이 올 때가 있다.

상담을 하는지,

학업에 관련된 일을 하는지,

혹은 운동을 하는지.


말투와 표현 속에는

그 사람의 삶과 직업이 은근히 배어 있다.

직업병이라는 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짧은 수업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자연스레 말이 빨라졌다.

천천히 말하려고 애써도,

보통 사람에 비해 속도가 빠른 것은 피할 수 없다.

다행히 발음이 또렷해

듣는 이들이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결국 이것도 내 직업이 남긴 흔적이다.


며칠 전 법무사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첫 순간부터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흐름,

말의 무게 속에서

직업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마치 오랜 세월 쌓인 습관이 목소리와 말투에 새겨져 있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통해 언어와 태도를 빚어낸다.

그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삶의 흔적이다.

직업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사고,

그리고 관계 속에 스며드는 또 하나의 정체성이다.


때로는 그 흔적이 나를 드러내는 표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감추는 가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흔적이 나를 제한하는 틀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어온 나의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어느새 나의 습관이 되고,

습관은 흔적이 되어 내 말과 태도 속에 스며들었다.


빠른 말투,

또렷한 발음,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성향.

그것은 단순한 직업병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는 작은 자취다.


이 흔적이 단지 나를 규정하는 틀로 남지 않고,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를.

누군가가 내 말속에서

교사로서의 나의 시간을 읽어내고,

그 속에서 성실함과 진심을 발견해 주기를.


직업병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습관이

결국은 나를 좋게 평가받게 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기를.

그것이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작은 보상이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은은한 등불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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