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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혜 Jul 15. 2017

규칙적인 생활은 참 어렵다.

출근 없이 산다는 것에 대하여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건 매우 큰 장점이지만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할 경우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출근의 압박이 없다는 건 새벽 늦게까지 깨어있을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고, 자연스럽게 늦은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의 개념은 흐려지고 불규칙한 식사, 불규칙한 수면으로 삶의 질이 한방에 떨어진다. 


프리랜서로 일하더라도 일이 적당히 많다면 자연스럽게 생활의 규칙성을 찾게 된다. 적당히 꽉 찬 일정과 업무량을 맞추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일찍 잠든다. 


문제는 일이 별로 없거나, 아주 많을 때다.


일이 아주 많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일해야 한다. 새벽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눈을 붙인 후 씻지도 않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집에 있는 먹을거리로-주로 떡이나 과일이나 냉동만두 같은 것들-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일한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니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근육이 풀려 몸매는 더욱 펑퍼짐해진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나


얄밉게도 일이란 건 몰려다닌다. 일렬종대로 줄을 맞춰 나란히 나란히 균형 있게 들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일을 하고 있을 때 두 번째 일, 세 번째 일이 몰려서 들어온다. 프리랜서는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꾸역꾸역 일거리를 받아온다.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에 나왔던 것처럼 일은 마치 만원 지하철 같아서 더 들어올 공간이 없는 것 같다가도 밀어 넣으면 또 어떻게든 들어가게 된다. 


몰려왔던 일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마지막까지 손에 잡고 있던 일까지 끝마치고 나면 한동안 조용하다. 

이때쯤 적당한 일이 들어오면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이 없다.


본격적 비수기의 시작은 또 다른 불규칙성을 만들어낸다.


일하는 관성이 일하지 않는 관성으로 바뀔 때 정신없이 일하며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이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나.... 2


새벽까지 덕질을 하고 느지막이 일어나 또 덕질을 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2-3일 정도 집에서만 지내기도 한다. (내가 유난히 집순이 성향이 강해서 더 그럴지도..) 이때도 당연히 움직임을 최소화하니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근육이 풀려 몸매는 더욱 펑퍼짐해진다. (눈가가 촉촉해진다...) 


프리랜서가 규칙적으로 산다는 건 참 어렵다.


마음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불규칙한 일처럼 생활도 불규칙해진다. 


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는 대학 후배가 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최고 레벨의 집돌이인데, 높은 확률로 오전 시간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한 번은 오전 아홉 시에 연락이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일이 많아 그 전날부터 쭉 깨어 있던 것이었다. 


흔한 프리랜서들의 대화.jpg


그 후배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지인들의 SNS가 업데이트되는 시간을 둘러보면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 시간인 경우가 많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나름의 규칙을 찾아야 한다.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일하는 지인은 운동을 열심히 한다. 아니 거의 중독 수준으로 한다. 주 3회 이상 레슨을 받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했을 때 만났던 프리랜서들은 공간을 통해 규칙을 만들어낸다. 집은 휴식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는 업무공간으로 분리해두었기 때문에 아주 강제적이지 않지만 나름의 출퇴근 시간이 생긴다. 


나도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작년 7월부터 5개월 정도 수영을 했었는데, 아침 수영을 하며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만들어졌었다. (단, 살은 빠지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수영을 하며 물에 뜨는 돼지가 되었다.


일정한 시간에 강제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운동이든 취미이든 매주 규칙적으로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것. 


다시 말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은 참 어렵다. 회사생활을 할 때도 어려웠지만 프리랜서가 되니 더 어렵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자.




질풍노도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며 겪었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계신 분들께는 프리랜서의 고단함을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두려워하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괜찮은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드릴게요. (변태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

업데이트 일정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유와 댓글이 다음 편을 약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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