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것이 물건만이 아니다-
숀 탠의 그림책 "잃어버린 것". 숀 탠은 일러스트레이트 작가라서 그림이 독특하다. 상상력과 표현력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공간에서 유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잃어버린 것이 과연 사용하다 버린 물건, 누군가 나에게 선물하였으나 필요 없는 것들, 매회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 쓰레기들, 아이들이 소소하게 만들어 낸 작품만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가난한 유년시절 형제끼리 나눈 추억, 아이들 위해 고단한 몸이면서도 뭔가를 만들어 주시던 엄마의 정성과 사랑, 나를 좋아해 사귀자는 말조차 못 하고 표시 나지 않게 챙겨주던 타인의 배려, 반짝반짝 눈이 빛나도록 하고 싶었던 꿈 등을 잃어버렸다. 대신 사귀자는 말조차 거부하도록 냉정하게 거절해서 상처 받았던 타인들의 고통, 깨달음의 길을 가겠다고 늦은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 분의 진심을 혹독하게 비난했던 나의 말들, 꿈보다는 안정적이고 길게 갈 수 있는 직장을 가치로 두었던 나의 어리석음 등이 남아 나를 이끌고 있다.
한 번 버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한다. 손 때 묻고 추억이 서린 물건은 가끔 기억 한편에서 문득 떠오른다. 그때 가슴에서 파동이 일어나면서 아쉬움이 물결친다. 물건마저도 이럴진대, 사람과 추억은 오죽하랴. 숀 탠은 우리가 버린 물건들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방황하고 있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현대인의 바쁨과 무관심을 꼽고 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해 있다. 정면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이미 사용가치가 끝난 물건들은 버리는 것이 마땅하며, 다시 생각하고 곱씹는 것은 시간낭비야"라고 한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에 대해 말이 나오면 회피하고 화제를 돌린다.

결혼하고, 시댁 어르신께 문안 인사 갔을 때 집안 곳곳에 놓아둔 물건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50년도 된 도자기며, 20년 된 옷이며, 그릇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새로운 디자인에 익숙한 나로서는 골동품 가게 들어온 것처럼 신기하게 보았다. "아직도 사용할만하는데 버릴 수는 없지!" 어르신이 내 눈치를 보고 하신 말이다. 쓸고 닦고 얼마나 잘했는지, 산지 얼마 되지 않는 신혼 제품보다 더 윤이 났다. 어르신의 손길로 때가 묻어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절약을 너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은 물건 하나하나 추억을 갖고 있었고, 그들에게 말을 건네듯 그렇게 쳐다보았다. 그 물건들은 자신과 함께 가는 동반자 느낌이었다. 후에는 "어머, 이거 이렇게 오래된 거 처음 봐요. 요즘 새로운 디자인 많이 나와서 쓰기도 편해요. 바꾸시는 게 어떠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숀 탠 "버러 진 것들은 왠지 이상하고, 슬프고, 버림받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라고 한다. 숀 탠은 그림책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보게 하면서, 과연 물건만이 아니라 내 안에서 버려진 것들이 없는지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톡'하고 건드리는 자극이 있다. 그걸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유년 시절 추억과 만나게 된다. 오늘 그래서 이 그림책을 통해 잊어버리고 싶었던 추억을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