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면 기운다. 모든 사물의 에너지는 정점에 다다르면 결국 다시 내려온다는 의미이다. 권력도 그 끝에 다다르면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권력을 지니고, 명성을 얻는 사람들은 부단히도 노력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생물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정체되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맞춰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선이며, 정의며, 올바름에 대한 가치를 고수하는 사람일수록 정체되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 탓이나 남 탓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침묵하고 오히려 자중하며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일수록 더 가치관이 올곧음을 보게 된다.
누군가 나더러 대기만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언제쯤 그 성공이라는 수치에 다다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나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시작은 요란스럽게 정열적으로 시작하나, 갈수록 기름이 바닥난 차처럼 길가에서 서행하는 경향이 많다. 용두사미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 않지만, 실상 그렇다. “내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말은 꾸준하게 몰입하여 한 방향으로 에너지를 모으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오늘 방안에서 뒤척이다 몸이 뻐근하고 눈도 침침하고 나른해서 길을 나섰다. 어둠이 깔린 시간에 걷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걸었다. 진입로에 들어서는 순간 여전히 걷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땀을 빼며 달리는 사람 속에서 늘 보던 사람의 뒷모습도 보인다. 그는 내가 타협하며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여전히 뛰고 있었다. 예전보다 달리기 속도며 호흡이 안정되어 보인다. 뭔가를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그 비결을 묻고 싶다.
뭔가를 하면 곁가지를 만들어 이것저것 하는 습성이 나에게 있다. 음식을 한 번 만들면 소량을 만들지 않고 대량으로 만든다. 그것도 한꺼번에 다섯 가지 이상을 만들어 놓는 습성 덕분에 있을 때는 많고, 없을 때는 없다. 빈익빈 부익부는 우리 집 냉장고에도 재현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남편과 말다툼할 때도 있다. 적당하게, 알맞게, 그리고 일관성이라는 단어로 나에게 습성을 고치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뭔가를 하면 다른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라 그 생각들을 다 처리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끝에 가서는 몸이 지쳐야 후회하며 포기를 하게 된다. 이 습관을 고치는 것이 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대기만성이라는 나의 명제를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다.
동시다발적인 활동을 생각하는 버릇은 두려움과 불안에서 기인한다. 혹시라도 이 활동이 실패하면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여 미리 대비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다. 즉 실패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하다. 그럴수록 난 지쳐가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고치려고 할수록 잠잠하다가 다시 거세지는 폭풍 앞에서 승복하고 만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책상에 필사 노트, 요약 노트, 엑셀 노트, 글짓기 노트, 자격증 대비 시험 노트를 펼쳐놓고 빈대처럼 이리저리 분주하기만 했다.
내 결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책상에 노트 한 권, 필기구 하나만 놓고 시작하기로 했다. 금괴만 가지고 가려다, 옆에 있는 보석들을 잔뜩 집어 나오려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도둑놈 심보를 어떻게든 고쳐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련다. 한꺼번에 여러 활동을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의 에너지를 고갈하고 나서야, 하나의 활동만이라도 마무리하는 습성을 가지려고 돌아보게 되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