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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Sep 02. 2022

리더의 인내심이 만드는 기적

"우리는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을 나섭니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WBC)을 앞두고 김인식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선언한 출사표이다.


김인식 감독은 '오늘의 안정감' 보다 '내일의 가능성'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였다. 2009년 당시 모든 감독들이 부담스러워하던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직을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수락했고, 세계의 야구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상 첫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인식 감독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프리미어 12, 아시안 게임 등의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40여 년의 지도자 생활 동안 야구에 대한 열정과 온화한 인품으로 많은 야구팬들에게 '국민감독'으로 존경받고 있는 야구인이다.


우리는 그의 야구를 '믿음의 야구'라고 부른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때까지 믿고 기다려 주는 지도자였다. 이같은 기다림 속에서 선수들은 결국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했고, 우리는 김인식 감독의 이 같은 성공 사례들을 보며 그의 야구를 '믿음의 야구'라고 불렀다.


지도자들이 유망주 선수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에게 일정 수준의 기회를 주고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을 경우, 대다수의 감독들은 해당 선수를 2군 팀으로 내려보내거나 경기에 투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의 성적에 따라 내일의 감독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김인식 감독은 다른 지도자들과는 달리 선수의 지금 모습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모습에 포커스를 두고 선수를 육성했다. 선수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 선수가 김 감독이 예상했던 모습이 될 때까지 기회를 주고 인내하며 기다려줬다. 그래서 결국에는 많은 선수들이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알을 깨고 우수한 선수로 발돋움하는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1991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시절에는 신인 유망주이지만 부진에 허덕이던 4 타자 김기태 선수에게 "찬스에서는 자신감 있게 쳐라!" 라며 끊임없는 기회를 부여하여 결국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왼손타자 홈런왕'으로 성장시켰으며, 데뷔전 완투승으로 깜짝 등장한 고졸 신인 김원형 투수에게는 데뷔전 이후 9경기를 연속으로 패배함에도 불구하고 "너는 팀의 에이스가 되어야  선수다!"라고 독려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차세대 에이스 투수' 발돋움할  있게 했다. 또한 1995 OB 베어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에는 팀의 중심 타자였지만 땅볼 타구를 남발하던 김상호 선수에게 "삼진을 당해도 좋다. 그러나 땅볼을 치면 벌금을 물리겠다! 무조건 외야로 날려라!"라고 주문하며 그를 '잠실 야구장 연고팀 최초의 홈런왕'으로 거듭나게 했다.


"선수가 성장을 하는데 겪게 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고, 선수가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의 인내심과 기다림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명선수들을 무수히 길러냈다.

 

이처럼 리더가 구성원의 성장을 믿고 묵묵히 기다려준다는 것은 '위대한 도전'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사례처럼 장기적인 선수 육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이런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리더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바로 인내심이다. 구성원들이 당장 기대하는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눈 한번 질끈 감고' 그들에게 실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했을 때, 그 결과를 부정적으로 질책하기보다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상기시켜 줌으로써 그들이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의 승리는 달콤하지만 그것이 지속될 수 없는 미래는 어느 달콤함보다 쓰디쓸 것이다. 결국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기 위함이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승리하는 문화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근간은 바로 리더의 인내심이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처럼 당장의 인내는 고통스럽지만 미래의 성취를 위해서는 리더의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우리 구성원이 '긁지 않은 복권'이 아니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리더의 인내심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기적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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