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가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오른 역사적인 대회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유로 2004 챔피언 그리스, 그리고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배정되었다.
16강을 낙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조 편성 속에서 많은 팬들과 언론들은 맨체스터의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축구의 신' 메시와의 대결을 기대했다. 그러나 메시도 메시지만 아르헨티나에는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였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 수 있다!'라는 분위기보다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소위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기자 회견에서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어떻게 임할 것인가?', '메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메시를 평소에 어떻게 생각했는가?'와 같이 우리에 관한 질문보다는 상대팀인 아르헨티나와 에이스 메시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대표팀 선수인 차두리는 이 한마디로 많은 팬의 마음속에 승리와 긍정의 불꽃을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했다.
"우리에게는 박지성이 있습니다!"
차두리는 '우리에게는 박지성이 있으며, 그와 함께라면 우리는 못할 것이 없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모두가 신뢰하는 캡틴이 있으며, 그와 함께 팀 멤버 모두가 똘똘 뭉쳐서 멋진 경기를 하겠다는 다짐과 신뢰의 메시지였기에 필자는 당시에 상당히 신선했던 발언으로 기억하고 있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성과에 힘입어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잉글랜드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실력은 물론이고 모범적인 사생활과 국가대표팀 캡틴으로서의 리더십까지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수였다. 그는 평소에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팀과 팀 구성원들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리더였다. 그런 박지성에게 동료이자 친구인 차두리 선수가 무한한 신뢰와 존중의 인터뷰를 한 것은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대표팀 구성원들이 박지성 선수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단면이었다.
차두리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조직에는 박지성과 같이 존경과 사랑을 받는 리더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과연 나는 나의 동료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동료이자 리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와 조직에 박지성처럼 구성원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리더가 많아진다면 우리의 사회와 조직은 보다 행복하고 함께 생활하고 싶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조직을 보면 (사는 것이 팍팍해서 인지는 몰라도) 존경할 수 있는 리더가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리더라는 직책에 기대어 권한과 권리는 누리려고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행동을 통해 구성원들의 성취와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리더는 손으로 꼽아야 할 정도로 많지 않다.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보다는 '자신의 성공과 성장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리더들도 드물지만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와 조직이 박지성과 같은 리더를 기다리는 이유도 그것이다.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조직과 구성원의 성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리더! 그리고 그 리더들을 바라보고 성장하면서 다른 구성원들도 그런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는 '선순환' 하는 건강한 사회와 조직이 되어가기 위해서는 나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당신은 존경하고 신뢰하는 리더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수 백 년이 지난 위인전 속의 영웅들을 이야기하기보다 '지금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누군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런 노력들이 믿음과 신뢰 그리고 존경의 사회를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