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인간관계는 수학 공식처럼 어떤 숫자를 넣으면 정해진 논리와 법칙에 의해 정답이 결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모든 현상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한다.
필자는 인간관계 상에서 특히 그것이 강한 것 같다.
선배라면 이렇게 해야 하고, 후배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역할 기대 수준‘이 높은 편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선후배 간의 상하 관계가 엄격했던 학교를 졸업했고 그리고 군대를 경험했으며, 현재도 보수적인 문화의 기업에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다.
그 논리라면 누군가가 “너랑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면 다 너랑 같은 생각을 하는 거니?”라고 물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질문에 쿨하게 “그럼요!”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한 동안 D사원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던 시기에 필자는 그의 모든 행동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신입이라면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물론 ‘라떼의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시되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했다. 사실 조금은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꼰대의 길을 가는 지름길이기에 과감히 버려야 한다.
최근 후배와의 관계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은 후,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자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그것은 바로 '후배에 대한 역할 기대 수준을 낮추자!' 였다.
이것은 결코 상대방을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입사원은 경험이 부족하기 떄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제압하고 컨트롤하기 보다 흐름에 맞게 내 생각을 탄력적으로 하자고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신입사원은 부족한 경험이 채워졌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폭발할 것이다' 라는 굳은 믿음으로 내가 한 발 더 뛰자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아직 이 전략의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섣부르지만 벌써 D사원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느껴진다.
D사원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작은 성공을 거뒀을 때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칭찬하게 되는 등 내 생각과 행동에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신입사원 가르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사실 필자도 그런 생각이 지금도 불끈불끈 떠오르지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것 아니겠는가?'.
이제 막 시작한 전략의 수정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 기대와 우려 속에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