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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의 함정

by 구자훈

다양한 모임이나 연인들 사이에서 식사 메뉴를 결정할 때, 결정의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장 힘든 요구는 “아무거나!”이다.


메뉴를 선택하도록 요구받은 사람이 ‘아무거나’ 임의로 식사 메뉴를 결정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취향이나 입맛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메뉴가 더 좋았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참 맥이 빠진다.


분명히 상대방은 원하는 메뉴나 취향이 있을 텐데 ‘아무거나’나 ‘너 좋을 대로’라는 식으로 선택의 권한을 넘기고, 식사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식사 메뉴를 정할 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업무 현장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리더가 팔로워에게 선택권을 넘기고, 그 결과가 안 좋을 경우 모든 책임을 팔로워에게 떠넘기는 것을 종종 우리의 업무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좋은 리더십이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팔로워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팔로워에게 전가하는 것은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자유롭고 열린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의견을 말해달라고 하고, 그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켰을 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겠는가?


의견을 듣는 것은 리더의 선택이고, 그것을 ‘채택하여 시행하는 것’부터는 리더의 책임이다. 설령 팔로워의 의견이 잘못된 방향의 결과를 가져다줄지라도, 리더는 그 업무의 주도권과 책임감을 갖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팔로워들은 리더에게 강한 신뢰감을 갖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사 메뉴를 ‘아무거나’ 정하라고 했을 때, ‘아무거나’ 잘 먹고 만족감을 표현한다면 상대방은 당신에게 앞으로 더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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