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길었고, 점점 짧아졌다.
첫 만남에서 9시간을 얘기했다.
그다음날 또 만났다.
하지만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다.
세 번을 더 만나봤지만,
계속 마음이 가지 않았다.
참 이상하다.
헤어질 때쯤엔 내 취향 같더니,
다시 만나보면 또 아무리 봐도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카톡 메시지가 왔다.
인연이 아닌 것 같다며, 좋은 분이시니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란다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마지막 인사.
솔직히, 안도했다. 고마웠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너무 차분하고 예의 바르고 품격 있어서
‘내가 이런 사람을 놓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 중이었지만,
용기 내서 어려운 말 꺼냈을 텐데,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았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란다고 짧게 답장했다.
그러다 야근하고 가는 귀갓길에 문득, 마음이 쓰였다.
그 사람의 정성이나 노력에 비해 내 답장이 너무 성의 없어 보였던 건 아닐까.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가 아름다운 법인데.
나도 그분이 참 좋은 분이라 생각했기에,
내 마음을 조금 더 잘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만난 첫날, 말이 너무 잘 통해서 9시간이나 얘기했었다는 기억.
이렇게 끝나게 되어 아쉽지만, 당신도 좋은 사람이니 꼭 좋은 분 만나실 거라고.
보내자 마자 1이 없어졌고, 답장은 없었다.
내 마음이 편해졌기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답장이 온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진심으로 그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그렇게 잊고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