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우리 처음 만난 날,
장소를 바꿔가며 무려 9시간을 이야기했다.
가족, 일, 인생, 취미까지.
말이 술술 오갔고, 티키타카가 너무 잘 맞아서
“이 사람이라면 대화가 끊이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말이 잘 통한다고 해서,
삶이 잘 맞는 건 아니었다.
연애는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일이지만,
결혼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걷는 일이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의 미래엔 내가 있었다.
다만, 그건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그의’ 미래였다.
그 안에서 나는
함께하되 따라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바란 건 안정이었고,
내가 원한 건 도전이었다.
그의 인생 계획 안에 나는 이미 들어가 있었지만,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와 함께하려면,
나는 나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나도 이렇게 그냥 살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나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었다.
그러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게 아니었으니까.
결국 나는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그가 불행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살면 내가 불행한 관계였다는 걸.
그건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같이 살 수 없는 구조였다.
연애를 한다는 건 서로 좋아한다는 뜻이다.
나도 정말로 좋아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자고 하니,
결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알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데,
이야기 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가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가 '결혼' 얘기만 꺼내면
나는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검색했다.
'결혼 조언'
'결혼해도 될까요'
연애는 여자가 갑, 결혼은 남자가 갑이라는 글.
남자가 추진하면 결혼은 성사된다는 말들.
남자가 추진하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조건, 태도 조언은 많았지만,
정작 내가 겪은 그 이상한 감정들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글은 없었다.
망고를 깎던 그날의 이상한 느낌,
전자레인지 앞에서 느낀 묘한 서운함,
신혼집에서 지워진 내 동네,
있지도 않은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지금 내 인생이 희생되어야 했던 시나리오.
그 모든 장면 속에
결혼생활의 구조가 슬쩍슬쩍 비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사랑은 있었지만,
결혼은 하지 않기로 한 연애에 대해.
이건 이별기가 아니라,
자기 선택의 회복기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결혼할까요, 말까요?”
이 글은 그런 사람들에게
“무조건 하거나, 무조건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고 결정하자”고 말해주는 글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