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정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란 이런 걸까?

by 뚜비뚜밥

집을 보러 다니느라 데이트 같은 데이트는 없었지만, 그 덕에 매번 새로운 동네에서 만나게 됐다.

오늘은 부동산 일정 끝나고 그와 만나기로 했다.


2층짜리 카페.

4시쯤,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자리가 비어 있다.

마음에 든다.


그가 나지막히,

오늘 본 집은 어땠냐고,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마음에 들면 좋겠다고 하는 그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고맙다.


그의 동네와도 가까워서 내심 나도 기대했었다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고,

빛이 잘 드는 집이 좋은데 건물 사이 간격이 좁아 다들 채광이 별로여서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더 아쉬워한다.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했다.

처음으로 같이 한식을 먹으러 가보기로 했다.


그가 늘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자고 했었기에,

오늘은 그에게 메뉴를 고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몇 바퀴를 왔다갔다 하고 나서야, 겨우 골랐다.

제육볶음을 파는 집.


어랏?

들어갔더니 심상치 않다.

학교 앞 동네라 그런지, 누가 봐도 우리가 이 식당 손님 중 가장 고령자다.


그도 뭔가 어색하다고 느꼈는지 나가고 싶은지 묻는다.

그의 의도는 이해했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랜만이라 좋다고, 괜찮으시면 그냥 먹자고 했다.

그는 내가 괜찮다면 괜찮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갑자기 나에게 묻는다.


“에버랜드 좋아해요?”


“네, 좋아하긴 하는데, 안 간지는 오래됐네요. 대학교 때 친구들이랑 가보고 한참을 못 갔어요.”


“아.. 에버랜드 티켓이 생겼는데, 좋아하시면 같이 가도 좋을 것 같아서 여쭤봤어요.”


담백한 저 말투에 심쿵.

순간 내 머릿 속은 정말 오만 생각으로 가득찼다.


‘지금 사귀자는 말을 저렇게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에버랜드를 안 사귀는데 왜 같이 가?’


그의 에두른 제안에, 그래도 내준 용기에 고마움이 샘솟는다.


“좋죠, 다음에 같이 가요!”


그가 배시시 웃는다.



그러더니 그가 또 제안한다.


"우리 말을 놓는 게 어때요?"


나 원래 말 놓는 거 어려워 하는 타입 아닌데,

이상하게 이 분과는 끝까지 존대하고 싶은 마음.

그러면 서로 더 존중할 수 있을 것만 같달까.

결혼해서 존댓말하고 지내는 커플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렇지만, 원하신다면야.


먼저 놓으시라고 했는데, 그건 못하겠다고 한다.

그럼 계속 존대하자고 하니,

“말을 놓으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한다.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자고? 진짜 사귀자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신기하군’


내가 사귀자고 오만 번은 넘게 생각한 터라 살짝 아쉬웠지만,

그리고 이번이 인생에서 마지막 연애라면

이번 생에는 다시는 내가 먼저 사귀자고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며 내가 제안했다.


‘음, 다음에 만나면 같이 놓는 걸로 해요!’


그는 또 배시시 웃으며 알겠다고 한다.



밥을 다 먹고 일어날 타이밍.

나는, 이제는 사귀는 사이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식당을 나서자마자, 그는 또 여느 때처럼 혼자 먼저 걷는다.


여태까지 어색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도 어색해??? 어색해도 같이 가야지???


어라??..

우리는 또 각자 걷는다.


의아하네 정말.



내가 팔춤을 잡고, 물었다.

"오늘 이 얘기 하려고 왔어요?"


그는

“뭐 그런 건 아닌데..” 라고 한다.


“그럼 그냥 즉흥이었어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런 건 또… 아니에요.”


뭐지?

우리 사귀는데 왜 손도 안 잡고 가지?

수줍나?

에라이 모르겠다.


나는 슬며시 그의 팔짱을 꼈고,

그러자 이번엔, 그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우리는 그렇게 사귀게 됐다.


손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그의 체온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걸 그냥 진작 사귀자고 할 걸’,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가? 이런 걸 날아갈 것 같다고 표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섞이며

집에 가는 내내 정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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