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내의 생일에 보내는 편지

편지로 엮는 나의 삶 : 2007년 3월

by 정재근

사랑하는 내 아내 OO에게!

우리가 79년 8월 17일 만난 지도 어느새 28년이나 흘렀구려.


10여 년의 만남 속에서 마음고생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88년 4월 24일 결혼에 성공했을 때 나는 온 우주를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오.

늘 일만 알고, 나만 알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남편을 최고의 반려자로 알고 희생해 온 당신에게 고마울 따름이오.

어제 당신이 내게 이런 말을 했소. “하늘이 우리에게 전부를 다 허락해 주지는 않는다. 만일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당신은 기꺼이 금전적인 것을 포기하겠다면서, 돈이 우리에게는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라고.

착하고 똑똑한 OO이 OO이를 세상에 내놓고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오. 양쪽 부모님 다 생존해 계시고, 처가 친가 형제들 또한 제 몫은 해내면서 살고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큰 복인 것 같소. 직장 일도 그만하면 잘 풀리는 것 같고, 우리 두 사람 건강하기만 하면 될 것 같소.

이 행복 당신의 양보와 헌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마음 깊이 알고 있소.


만족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구료.

엊그제 갑자기 당신이 쓰러졌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걱정이 된다오. 부디 건강하게 우리 가족의 소중한 행복, 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함께 이어 갑시다.

생일 축하하오. 사랑하오.

2007년 3월 2일

당신의 마흔 일곱 번째 생일을 맞아, 당신의 남편 재근 올림


@ 2007년은 내가 충청남도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할 때이다. 2006년 4월에 행자부에서 충남도청으로 내려와 대흥동 관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큰아들은 공주의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작은아들은 대전의 대흥초등학교로 전학시켜 데리고 왔다. 부모님은 계룡에 장인 장모는 대전 옥계동에 사셨다.


친가는 시간을 내어 왕래했지만, 처가는 거리상으로 가까운데도 명절날 하루만 들렀다. 아내는 전혀 서운한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내 속마음은 늘 미안했다. 장인어른은 “사위가 나랏일을 제대로 하려면 처가 식구가 번거롭게 해서는 안된다” 면서, 이제는 사위가 가까이 왔으니 좀 자주 봐도 되지 않겠느냐는 장모님의 말을 막았다고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 손자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