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벗어나 비우고 싶어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이틑날 아침 산사를 돌다 해탈문과 계단을 지나 대웅전의 부처님을 마주했다.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으나 괜스레 눈물이 났다. 어릴 적 홀로 밤늦게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때도 있었다. 언젠가는 십자가 앞에서 원망스러운 얼굴로 기도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더랬다. 내가 진심을 다해 소원을 빌었던 날들이 너무 오래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보다 살기가 좋아져서? 아니. 소원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테다. 삶은 의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으니.
부처님 얼굴을 올려다보다 내 머리 위에 빼곡하게 매달려 있는 연등들이 보였다. 시주하신 분들의 이름들이 연등에 매달려 있었고 그중에는 종종 상호명도 보였다. 다들 사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 불자도 욕심을 내려놓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 기왕지사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한번 소원을 빌어보기로 했다.
삼배를 올리며 마지막 절에 소원을 담았다. 오랜시간 생각 할 것 없이 엎드려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드리고서 알았다. 지금 당장 고통에 몸부림치는 번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궁극적으로 내 삶에서 바라는 것이 이거였구나. 내가 이를 위해서 템플스테이를 왔던 거구나. 간절하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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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무탈하기를,
건강하고 아프지 않기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기를,
시기와 갈등 없이 서로 베푸고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삶을 놓지 않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낼 의지를 갖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