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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Apr 15. 2018

너의 언어는 나를 실망케 해

그냥 그렇게 지나갈 계절이었던 거야

  

말에는 모든 힌트가 담겨 있어.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흘리는 언어를 잘 들여다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거든. 

나는 요즘 너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알아낸 것들이 있어.     


첫째, 너는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아. 

너 운전면허증 있니? 그게 너의 첫 질문이자 마지막 질문이었어. 한 계절이 지나도록 나를 알아오면서 말이지. 네가 다른 사람에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 넌 나 외의 다른 사람들에겐 질문을 곧잘 하더라고.     

 

둘째, 넌 나랑 둘이 있을 땐 네 사적인 얘기를 하지 않아.

나는 너에게 편하게 이것저것 얘기를 하고, 또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데 너는 나에게 전혀 너의 일상과 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애기하지 않아. 나는 네가 내성적인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넌 여럿이 함께 있을 땐 오히려 편하게 이런 저런 얘기들을 늘어놓는 거야. 너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까지. 전부.      


그 외의 여러 사소한 관찰 결과를 조합해 봤을 때 확신하게 된 것은- 너는 절대 나를 좋아하지 않아.

마음이란 건 어떻게든 새어나오기 마련인데 (그걸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지), 너에게서 흘러나오는 고로수액 같은 지지부진한 한 방울 한 방울의 감정 언어에서는 나를 향한 참새눈물 만큼의 호감도 보이지가 않아.     

그게 한 계절을 지나 내린 나의 결론이야.


단순하고도 실망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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