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를 선택하시오
책 읽는 걸 좋아한다. 한 달에 평균 4~5권 정도의 책을 읽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책이 읽히지 않는다.
문장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언제부턴가 글을 쓰는 것이 너무 귀찮아서 한동안 계속 읽는 생활만 했었는데,
이제 읽기를 그치고 써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그래, 뭔가 할 말이 가득한 것 같기도 하고.
롱 타임 어고-.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에 대해 좋아하는 감정이 가득했다.
그리고 결국 어찌어찌하다 그 마음을 떼어내었다.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했었나.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으니
자연스레 서로의 중력권에서 멀어져,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너는 너의 별에, 나는 나의 별에- 다시 안전하게 안착했더란다.
그런데 다시 눈이 마주치니 영혼이 요동한다.
(다시 한번,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그리고 말을 섞으니, 점차 그 사람의 중력권에 속하게 된다.
억울한 마음으로 그리로 끌려간다.
순순히는 아니고, '망할' 욕지거리를 하며. 너의 중력에 끌려간다.
방법은, 로켓을 쏘아 올리듯,
중력의 영향권 밖으로 재빠르게 멀리멀리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다시 좋아하게 될 것이다.
(순순히는 아니고, '망할' 욕지거리를 하며)
이때 착각하기 쉬운 것은,
내게 주어지는 선택권이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좋아하지 않는 것'은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애초에 선택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좋아하거나' '부정하거나'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전자를 선택했을 경우, 옵션으로 비참함이 따라올 수 있다.
그러니까 결국 '비참하거나' '부정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비참한 것은 비참할지언정 솔직한 감정이고, 부정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비참함은 오롯이 겪어내면 그만큼 성장하게 되지만
부정하는 것은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그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