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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Sep 20. 2019

모서리를 돌기까지는 알 수 없으므로

고백 아닌, 고백 아닌, 고백.

       

너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었다고 하는 것은 좀 거창한 표현이고, 미련, 집착, 애정, 

뭐 그런 감정들의 짜깁기 쯤 됐을까.      


    이제 정말 제대로 답을 듣고 정리해야지.      

그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

지켜보고 있던 친구가 물었다. 그때 제대로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한 사람에게 지대한 관심과, 애정 어린 행동과, 타오르는 질투와, 함께 있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낀 것이 내 생에 처음이라면 처음인데. 그렇게 열렬했던 마음이 이렇게 끝나는 구나. 이제 끝낼 때가 됐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이런 내 자신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니까 내가 울컥 눈물이 났던 것은, 열렬하던 그 마음을 마치는 것, 온점을 찍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측은함 때문이었다. 거북이의 열렬했던 어느 한 부분이 끝나는 것이다.


어떻게 말을 할까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은 정공법으로 가기로 했다. 이 마음에 한 치도 거짓이 없는 만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한 만큼, 조금의 거짓도 보태고 싶지 않았다. 진실을 가리는 속임수, 꼼수도 싫었다.       

    너 만나는 사람 있어?      

너는 나에게 모퉁이 같은 사람이었다.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저 모퉁이를 돌면 뭐가 나올까. 계속 바라보다가, 망설이다가, '저기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면 힘들 텐데' 하며 돌아서려다가도, 근데 저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까. 끊임없이 바라보고 고민하게 했던 사람이다.      


오늘 그 모퉁이를 돌았다. 

거기엔 막다른 길이 있었다. 

더 갈래야 갈 수 없었다. 


벽이네. 뛰어넘기엔 높고, 개구멍이라도 있나 찾아보기엔 너무 빈틈없이. 그런 벽이 있네.      

그제야 나는 터덜터덜 돌아 나온다. 그래, 막다른 길이었구나. 그렇게 열렬하던 마음에 온점이 찍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모퉁이를 돌지 말 걸. 길이 있을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 꼼짝 말고 있을 걸' 하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 길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가만히 서서 모통이를 바라보고 있는 일을 멈출 수 있었고 다른 새로운 길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나 좀 멋있었던 것 같아. 

온전히 진심이었고 솔직했어. 안 찌질 했어. 그러니까 위로 말고 칭찬 해줘.

(지금 훌쩍이고 있는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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