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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Aug 25. 2019

그래, 당신이 아닐 수도

한때 나를 요동케 했던 당신에게

   

그냥 형체 없이 그리움만 둥둥 떠다니는 날이 있다. 나도 함께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뭐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다. 보통은 지난 시간, 지난 추억 속  사람들을 꺼내어 본다. 조금이라도 내게 따뜻한 온기를 끼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아, 그래 이 사람. 잘 지낼까?    

  

만나는 내내 서로를 존중하겠다며 존댓말을 주고받았던 사람.

그 배려와 존중 사이로 가시처럼 파고들던 어쩔 수 없는 상처들.

나와는 결과 속도가 달라서 결국은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곳으로 가게 된 사람.

그렇게 헤어지곤 3년이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연락을 해오던 사람. 

그 뻔뻔함에 치가 떨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내가 으름장을 놓았던가.      


그 사람의 메신저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야, 잡는다고 잡은 게 그거냐, 거북이 너 진짜 찌질하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손가락질하며, 한편으론 뭐 어때, 하며 대수롭지 않게 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아. 조금 벗겨진 듯 한 머리, 볼품없이 내려앉은 어깨. 맞다, 그 사람이다.

그러나 3년 전 그날의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어쩌면 그 사람이 아닐 수도. 

그때는 참 갖은 생각과 감정들로 나를 요동하게 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아무리 봐도 그저 까무잡잡한 30대의 한 남성일뿐이다. 무미건조할 뿐이니, 그래. 그 사람이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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