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지 말해줄래요?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고 있다. 오른쪽 어깨의 근육이 뭉친 듯 한데
종일 계속 되는 짓누름에 신경이 예민해질 지경이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우리 회사의 숨은 마사지마스터.
"제가 좀 봐드릴까요?"
내 덩치의 두배쯤 되는 우람한 골격에, 한때는 격투에, 한때는 악기에 영혼을 불살랐다던 그는
알고보니 한국에서 손 꼽히는 마사지 고수님께 몇 년 동안 마사지를 배웠다는
진짜 리얼 숨어 있는 마사지마스터였다.
드디어 귀인을 만나 이 어깨 통증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것인가! 기쁨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미 그에게 마사지를 받아본 다른 직원들이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마사지를 받는 20분 동안, 30년 평생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며칠 동안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혀 온 어깨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잠깐의 고통 쯤이야 참아야지, 하며 전문가인 그에게 몸을 맡기고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표정으로 이 악물고 고통을 참았는데, 그가 말하길
"안 아프세요? 엄청 아플텐데."
"(이 악물고) 아파요..."
"잘 참으시네요."
그리고 곧 명치를 쥐어 짜는 듯한 고통에 '우악'소리를 질러는데
"이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뿌리치고 뛰쳐 나갔을 정도인데, 진짜 잘 참으시는 거예요."
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해주셨다. 뭐라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서
"저 참는 거 잘하는 편이에요"
라고 했다. 그런가? 그런가.
그러고보니 요즘 다니고 있는 크로스핏 박스에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이 언니 진짜 독해요' 소리를 심심찮게 듣고 있는 걸 보면.. 잘 한다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편이고,
강하다기보다는 잘 견디는 편이라.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편이다.
참고 견디는 것은 내게는 생존과도 연결된 문제였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참고 견디는 근육'을 길려왔을지도 모른다.
수시로 데스크를 찾아오는 학생 중에 "선생님 혹시여~"라고 말문을 여며 말을 거는 여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오늘도 찾아왔다.
"선생님 혹시여~"
"응?"
"제가 몸이 좀 안좋아서 저녁 수업을 못 받을 것 같은데 그게 확실치가 않아서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토할 것 같고 몸이 안 좋다고 느끼는데, 그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기준에서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제 이마 좀 만져봐 주시면 안 돼요? 많이 뜨거운 건지, 아니면 이정도는 괜찮은건지."
라며 자신의 이마를 내게 들어댔다.
자신이 쉬어도 좋을지, 정해진 레슨을 아프다는 이유로 취소해도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동의를 얻고 싶어하는 그 아이에게,
"너가 느끼기에 오늘 저녁 수업을 받는 게 너에게 무리가 될 것 같으면 수업 취소를 하면 되는 거야.
다른 사람보다 너 자신의 상태는 너가 제일 잘 알잖아. 누가 쉬어라, 말아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러니까 녀석은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상태가 레슨을 취소하기에 정당한 이유가 될 정도로 아픈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고, 그래서 그걸 누군가에게 확인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해놓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마음이 찔렸다.
나는 참고 견디고. 아파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참고 견디고.
아프다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참고 견디고.
그래야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참고 견디고.
누군가가 "너 지금 힘든 거야. 소리 질리도 돼"라고 말해주면 그제야 안심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그 모습이 꼭 나와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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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 참는 편이에요, 는 자랑이 아니고.
오히려 나의 연약함을 증거하는 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