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를 요동케 했던 당신에게
그냥 형체 없이 그리움만 둥둥 떠다니는 날이 있다. 나도 함께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뭐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다. 보통은 지난 시간, 지난 추억 속 사람들을 꺼내어 본다. 조금이라도 내게 따뜻한 온기를 끼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아, 그래 이 사람. 잘 지낼까?
만나는 내내 서로를 존중하겠다며 존댓말을 주고받았던 사람.
그 배려와 존중 사이로 가시처럼 파고들던 어쩔 수 없는 상처들.
나와는 결과 속도가 달라서 결국은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곳으로 가게 된 사람.
그렇게 헤어지곤 3년이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연락을 해오던 사람.
그 뻔뻔함에 치가 떨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내가 으름장을 놓았던가.
그 사람의 메신저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야, 잡는다고 잡은 게 그거냐, 거북이 너 진짜 찌질하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손가락질하며, 한편으론 뭐 어때, 하며 대수롭지 않게 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아. 조금 벗겨진 듯 한 머리, 볼품없이 내려앉은 어깨. 맞다, 그 사람이다.
그러나 3년 전 그날의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어쩌면 그 사람이 아닐 수도.
그때는 참 갖은 생각과 감정들로 나를 요동하게 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아무리 봐도 그저 까무잡잡한 30대의 한 남성일뿐이다. 무미건조할 뿐이니, 그래. 그 사람이 아닐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