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솜사탕철이 찾아올 거야
어젯밤에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며 꽁꽁 닫아 놓았던 마음이 열리고, 그제야 '나 여기 있었어'라며 고개를 내민
온갖 서러운 감정들이 드러나 누운 채 계속 울다 잠이 들었다.
'거기 있었구나. 눈치도 못 챘는데.'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오랜만에 마음이 개운했다.
오늘은 즐거워야지. 운동화를 신고 힘껏 밖으로 나왔다.
8개월째 다니고 있는 크로스핏 박스에 가는 길.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좋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운 키다리 코치님도 좋고,
(박스에 들어갈 때, 90년대 댄스가요가 흘러나오면 코카스파니엘을 닮은 코치님이 있는 날,
비트가 강한 외국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면 도베르만을 닮은 키다리 코치님이 있는 날이다.)
적당히 서먹하고, 적당히 친밀감을 느끼는, 자주 보는 다른 회원들도 좋다.
박스 특유의 꾸룸찝찝(?)한 냄새도 좋고.
사실 좋고 싫은 게 어디 있을까.
마음을 열고, 닫고의 차이일 뿐이지.
'좋고' '싫고'가 아니라, 그저 마음을 열어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냐 마느냐 하는 것의 문제이다.
마음을 연다고 해서 긍정적인 것들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닫는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마음을 닫으면, 보이지 않는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안전하지만 위험한 상태.
요즘 나는 가시철을 지나고 있다.
사방으로 가시가 돋아서 누군가를 찌르기도 하고 스스로를 찌르기도 한다.
마음의 온도가 변하고 채도가 변하는 이 시기를 그저 나는 결국에는 지나갈 '어떠한 시기'로 여기고 싶다.
그래서 여름철 겨울철과 같이, 이 시기를 가시철이라고 부르련다.
이 시기를 잘 지나기 위해 요즘 나는 내 마음을 몽글몽글한 것들로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한낮의 햇빛을 누리며 걷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노란 옷을 더 자주 입고.
그러다 보면 목화솜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밖으로 돋아난 나의 가시들이 조금 무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