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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강과의 첫 만남

by 아이두

이 얘긴 부끄러워서 차마 못 쓰겠는데 친한 동생이 연재를 기다리고 있다 해서 핑계 삼아 맥주 한 캔 들이키고 쓰기로 한다.


인자강과의 첫 대면 만남은 느낌부터 좋았다. 소개팅을 하기로 하고 만나기 전 카톡으로 주고받을 때의 느낌은 사실 그리 좋진 않았다. 만나지도 않았는데 왜 매일 카톡을 보내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대답할 말도 딱히 없었다. 형식적으로 답을 했다. 친한 언니에게도 느낌이 별로라고 말했다.


첫 만남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그때 한창 나는 소개팅을 한 주에 한 번씩 하는 시기였다. 주야장천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지극히 낮음을 실감하며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들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풍채 큰 남자를 본 순간 그 불씨가 아예 꺼지진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마른 스타일을 좋아했던 나는 왜였을까?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주저함이 없었던 그의 태도였던 것 같다. 소개팅은 서로 어색하고 살짝 민망한 순간도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던가, 나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잘 못 견뎠다. 그럼에도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소개팅을 했던 나는 사실 요즘 말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함)였다. 그런 '자만추'에 가까운 느낌을 현재의 남편, 인자강에게서 받았던 것이다. 우리가 소개팅이 맞았던가? 싶을 정도로 첫 만남이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그는 첫 만남 식사 때 곁들임으로 나온 상추를 손으로 집어 먹었는데, 그 모습에 나는 반해버렸다. 글로 쓰기에 차마 손가락이 오그라든다. 하지만 정확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자면 그가 호탕하게 웃는 소리도 내 마음을 녹였고, 웃을 때 살짝 보이는 어금니의 금니마저 마음에 들었다. 그도 나의 호감을 알아차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대화를 두 시간 가까이 이어나갔다.


그 후로는 마치 케미가 폭발한 듯 쉴 새 없이 카톡을 주고받았다. 엄마는 누군데 그렇게 실실 대며 핸드폰을 보냐고 물었다. 그땐 그렇게 좋았다. 지금이 싫다는 반증은 아니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대던 행복했던 나의 청춘이었다. 지금도 나의 청춘을 아름답게 물들여준 인자강에게 감사함이 있다.


일주일 후 보기로 했던 우리는 그 시간을 차마 기다리지 못하고 주중에 급작스럽게 봤다. 그는 몇 년 만에 연락 온 친구가 다단계를 권했다며 마치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나를 만난 것인 양 에둘러 그 얘기를 먼저 꺼냈다. 저녁을 같이 먹고, 공원 산책을 한 후 헤어질 무렵 차 트렁크를 열더니 갑자기 꿈에 내가 나왔다고 하면서 해맑은 미소로 꽃다발을 건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는 참 귀여웠다.

그 후에도 우리는 일주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며칠에 한번 주기로 봤다. 그런데 그는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중요했던 시그널, '우리 사귈래?'

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있었던 것인가?



나중에 들어보니 소개팅을 권했던 친구가 '섣불리 얘기해서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라'라고 했다고 했단다. 둘이 서로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결국 한강 공원을 걸으며 내가 먼저 꺼냈다.

"넌 왜 나한테 사귀자고 말을 안 해?"

얼굴이 원래 까만 그가 당황해하는 모습이 10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제는 그를 닮은 토끼 같은 아들 두 명을 낳아 그보다 아들들에게 더 많은 애정 표현을 하고,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만 가슴 한편에 그와의 추억이 박제된 듯 생생하게 박혀 있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쓰다 보니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좋은 뜻으로 맛있는 안주거리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열심히 타이핑을 하면서 맛 좋은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듯 몇 년 전 추억 속에 풍덩 빠져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생각해 보면 첫 만남이 우리의 인연을 이어준데 큰 역할을 한 듯하다.


<출처: 픽사베이, 예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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