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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돈케어 Sep 04. 2023

5. 불안한 생각,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편도체-전두엽 시소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불편한 공황발작은 꽤 흔하다. 미국에서만 매년 전체 인구의 10%가 공황발작을 겪으며, 전체 인구의 1/3 가량이 일생 중 한 번 이상의 공황발작을 겪는다. 하지만 공황발작을 겪은 사람이 모두 공황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황발작을 2회 이상 겪고, 또다시 공황발작이 나타날까 두렵고 불안한 생각에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사람을 공황장애라고 진단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공황발작을 겪고 나서 사람이 많은 곳, 좁은 공간,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건물 등은 모조리 피했다. 또다시 공황발작이 일어날까 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붐비는 버스는 일부러 안 탔고, 고층 건물도 가기 싫었다. 식당에서 약속이 생기면 인터넷으로 미리 식당을 검색해 봤다. 좁다고 느껴지면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을 만큼, 공황발작이 다시 올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


공황발작이 '뇌의 착각으로 놀라서 발생한 것'은 이해했지만, 공황발작이 재발하진 않을지 여전히 불안했다. 불안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불안을 느끼는 곳: 뇌의 편도체

편도체의 위치(위키피디아)

우리 뇌의 가장 안쪽에 아몬드처럼 생긴 기관이 있는데, 이것이 편도체이다.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 등의 감정을 주로 담당하는데, 우리가 눈앞에서 큰 사자를 만나면 바로 공포를 느끼고 근육을 긴장시켜 도망갈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편도체가 더 활성화된다는 보고가 있다.1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뜻은 작은 자극에도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며, 전보다 더 불안과 공포를 자주, 크게 느낄 수 있게 된다. 편도체가 자극받으면 뇌의 해마가 작동하여 편도체를 다시 안정화시킨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해마의 크기가 줄어들며2 제때 편도체를 안정화시키지 못한다. 결국 문제는 스트레스인 것 같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하지 않는가. 이 글을 쓰면서도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후...


인간이 살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기란 불가능하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도록 한다. 배고픔도 스트레스이고 일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스트레스가 없다면 우리는 숨 쉬는 송장으로 살다가 금방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편도체-전두엽 시소 이용하기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에서는 '편도체-전두엽 시소'를 소개한다. 편도체와 전두엽의 활동은 마치 시소 같다는 것이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전두엽이 둔해지고,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반대로 편도체가 둔해진다. 저자는 '마음근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편도체를 안정화하고 전두엽을 강화시키면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성을 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뇌과학과 심리에 대한 여러 자료와 이론을 소개해줘서 좋았다.


전두엽 위치(위키피디아)

전두엽은 뇌의 앞부분, 이마 뒤에 있는 부분이다.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해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같은 능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성적인 사고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눈앞에 사자가 나타났는데 전두엽이 '사자가 나를 물을까? 아니면 날 보고 그냥 돌아갈까? 물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반격할까? 차에 도끼가 있던가?' 따위의 생각을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으면, 우리는 바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전두엽이 무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편도체가 바로 주도권을 잡아 공포감을 느끼고 "달려!"를 외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반대로 이성적인 생각을 해야 할 때, 예를 들면 수학문제를 풀려고 할 때는 전두엽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편도체는 주변에 위협이나 불안은 없는지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이것이  바로 '편도체-전두엽 시소'이다. 편도체와 전두엽은 둘 중에 하나만 활성화될 수 있다. 한쪽이 일을 하면 한쪽은 조용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편도체가 지나치게 활성화 돼있다면(=불안을 자주 느낀다면), 전두엽을 깨워서 편도체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전두엽을 깨우는 방법을 몇 가지 살펴보자.




전두엽 깨우기 1: 현재 상황 기록하기

갑자기 불안이 올라와 공황발작이 걱정될 때 내가 자주 썼던 방법이다. 불안을 느끼는 현재의 시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연/월/일, 시간, 장소, 내 몸의 신체변화 따위를 종이나 핸드폰에 적는다.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내가 다른 생각(불안을 키우는 잘못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집중하게 해서 '내가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구나'를 명시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나는 현재 상황을 기록하다가 불안이 내려가는 경험을 자주 했다. '으... 이거 써야 해... 지금이 몇 시더라... 어깨가 어떤 느낌이지...' 하며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불안한 느낌을 잊게 된다.

내가 실제로 썼던 노트


전두엽 깨우기 2: 주변 환경을 인식하기

불안이 올라올 때 주변을 둘러본다. 나무가 있다면 몇 그루 있는지, 이파리는 생생한지, 어떤 나무가 더 굵은지 따위를 본다. 간판이 있다면 간판을 읽고, 간판의 색깔은 무엇인지, 글자는 몇 개인지, 몇 층에 있는지, 그곳에 간다면 어떤 느낌일지 따위를 상상해 본다. 그리고 나는 어디에 앉아/누워/서 있는지, 내가 지탱하고 있는 이곳이 얼마나 단단한지 따위를 생각해 본다. 숫자를 세고 글을 읽는 행동은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불안감을 낮춘다.


전두엽 깨우기 3: 명상

명상은 현재에 집중하며 내 몸을 관찰하는 행위이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며, 내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불교 스님께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행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나는 주로 바디스캔(몸을 발가락 끝부터 시작해 머리끝까지 차례대로 살펴보고 호흡하는 것이다)을 하는데, 불안이 올라올 때 어느 부위에서 시작되는지, 혹은 불편한 부분에 호흡을 불어넣어 개운한 느낌을 주곤 한다.

명상은 휴대폰 앱을 통해 쉽게 도움받을 수 있다. Calm이 대표적인 서비스이고, 한글로도 서비스된다. 유튜브에도 명상 관련 영상들이 많으니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우울/불안장애를 위해 고안된 MBCT 명상 프로그램이 있다. MBCT 명상 프로그램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8주 마음챙김(MBCT) 워크북/존 티즈테일, 마크윌리엄스, 진델 시걸 지음/안희영 옮김/불광출판사' 책을 통해 직접 해 볼 수 있다. 명상안내 음성 CD도 제공된다. (개인적으로 이 명상안내가 참 좋았다. 추천합니다!)





1. 급성 스트레스는 편도체에서 신경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의 밀도를 증가시키며(Mcewen et al. (2015)),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만성 스트레스는 편도체의 과다 흥분을 유발한다(J. Amiel Rosenkranz, Emily R. Venheim, Mallika Padival,  Chronic Stress Causes Amygdala Hyperexcitability in Rodents,  Biological Psychiatry, Volume 67, Issue 12, 2010)는 연구가 있다.


2. Lee T, Jarome T, Li SJ, Kim JJ, Helmstetter FJ. Chronic stress selectively reduces hippocampal volume in rats: a longitudi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study. Neuroreport. 2009 Nov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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