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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돈케어 Sep 01. 2023

4. 공황발작 이해하기: 내 몸이 놀랐을 뿐이야.

공황장애가 힘든 이유는 공황발작 때문일 것이다. 공황발작이 평생 없는 약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든 사고 싶을 정도로 나는 공황발작이 힘들었다. 보통 나는 공황발작이 일어날 때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으면서 어깨 쪽에 강한 열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래와 같은 발작증세가 나타났다.



1)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뛴다.

2) 숨을 못 쉬겠다.

3) 어디로든 도망쳐야 할 것 같다.

4) 머릿속이 ’빨리 감기‘를 감은 것처럼 수많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 정신이 없다.

5) 자제력을 잃고 소리 지르거나 주저앉아 울어버린다든지 ‘창피한 일’을 할 것 같아 두렵다.

6) 죽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편안히 쉬는 공간에서조차 나는 공황발작이 나타났고, 혼자 있는 집 안에서도 그랬다. 왜 공황발작이 일어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공황발작이 대체 무엇인지 직면해야 했다. (이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하기까지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불치병일까 봐 걱정이 됐다. 사람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별거 아닌 것에도 걱정되고 의심이 가나보다.)


전문가들은 공황발작을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라고 설명했다. 긴박한 위협에 맞서 싸울지 혹은 도망갈지를 신체적으로 준비하는 반응이다. 미국 생리학자인 월터 캐넌(Walter Bradford Cannon(1915))이 처음으로 명명했다.


내가 길을 걷는데 갑자기 눈앞에 큰 사자가 나타났다고 하자.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심장은 가쁘게 뛰어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혈액이 가득 찬 근육은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준비를 할 것이다. 손 발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은 더욱더 가빠질 것이다. 이러한 신체적 반응이 투쟁-도피 반응이다.


공황발작은 눈앞의 큰 사자만 없을 뿐, 내 몸에서 똑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빠르게 뛰는 심장, 근육의 긴장, 땀, 가쁜 숨 등의 증상은 우리가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다. 만약 내가 사자를 눈앞에서 본다면, 앞서 말한 1)~6)의 신체반응이 당연히 나올 법하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원인, 즉 내 마음속의 ‘사자’는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공황발작이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맨 처음에 공황발작을 느꼈을 때 나는 내 몸과 머리가 심각하게 망가진 줄 알았다. 혹은 이 증상으로 과호흡이 계속돼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지행동치료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 줬다.


“공황발작은 몸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반응이에요. 오히려 건강하기 때문에 이 반응이 나온다고 볼 수 있죠. 공황 증상으로 죽은 사람은 없어요. 아돈케어씨 또한 공황발작으로 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공황발작 증상은 길어야 15분 정도만 나타나요.”


15분이라고요? 단 15분? 15분 정도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몸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긴장상태를 유지하지 못해요. 공황발작 때문에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 사람들이 응급실 도착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진다는 거예요. 119도 그렇고 환자도 그렇고 서로 너무 머쓱한 거지. 응급실 도착하면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대요.”




나는 이제 공황발작이 나타날 거 같으면 ’내가 놀랐나 보네... 주변에 놀랄 만한 게 있는지 볼까?‘하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산책을 한다든지 찬물 한 잔을 들이켠다. 10~15분 정도 내 몸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여유를 주는 것이다.


나타나는 증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가 받아들이는 고통의 크기는 크게 줄었다. 당연한 몸의 반응이라고 하니 마음속의 두려움이 작아진 것이다.


'내가 놀라서 공황발작이 일어났을 뿐이야'라고 이해하는 것은 실제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고통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고통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세계 2차 대전 당시 심각하게 다친 225명의 병사들을 조사했는데,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75% 이상이 부상 직후 고통을 거의 혹은 아예 느끼지 못했다. 이들은 더 이상 위험한 전쟁터로 나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안도감에 고통이 누그러진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부상은 ‘안전한 병원으로 가는 티켓’이었다. (Henry Beecher, "Pain in Men Wounded in Battle", Anesthesia & Analgesia, 1947)


2) 영국의 한 건설노동자는 15cm 못을 밟아서 부츠가 관통되는 사고를 당했다. 못을 빼내기 위해 조금만 못을 움직여도 끔찍한 고통을 호소했다. 강력한 진통제를 써도 무용지물이었다. 겨우 못을 뽑아내고 부츠를 벗겨보니 발은 깨끗했다. 못은 발가락 사이로 스쳐 지나간 것이다.(J. P. Fisher, D. T. Hassan, and N. O'connor, "Case Report on Pain", British Medical Journal, 1995)



공황발작도 비슷하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데, 이러다가는 금방 숨이 끊어져버릴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내 몸은 어느 곳도 다친 곳이 없다. 아픈 곳도 없다. 단지 뇌의 착각이 죽을 듯한 고통을 만든 것뿐이다. 마치 발에 못이 박혔다고 착각해 통제불능의 고통을 겪은 사람처럼, 우리의 뇌가 긴급상황이라고 착각해 공황발작이 나타난 것이다. 공황발작이 단순한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이해한다면, 발작으로 느끼는 고통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공황발작이 아직 두렵고 힘들다면, 아래 문구를 직접 베껴 써보자. 종이에 써도 되고, 여기에 댓글로 써도 된다. 정 귀찮다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자. 말은 내 몸에서 발화됐을 때 진정한 내 것이 된다.


“내 몸은 어느 곳도 다친 곳이 없다. 아픈 곳도 없다. 공황발작은 자연스러운 내 몸의 반응이다. 잠시 놀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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