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생각은 아무도 모른다.

넘겨짚기는 왜 이리 보편화되어 있는가.

by IDONTKNOWUX

우리는 자꾸 예상하려 든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렇게 하도록 '유도'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단서를 얻기 위해, 우리가 배움을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 보자.

('무언가를 말하거나 만든 사람들' 이라고 함이 정확합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글쓴이' 로 명명하겠습니다)


학교에서는, 우리에게 '글쓴이의 생각' 을 가르친다.

절대 이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교육 과정을 먼저 듣고, 아무런 변수에 대한 지식 없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눌 때, 작품이 주는 '느낌' 을 넘어 '의도' 까지 단정 짓게 될 확률이 높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조심스럽게 존경하는 작가님의 소설을 언급해 보겠다.



-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 중 -

"나는 보라색이 좋아!"


사람들은 이런 소녀의 말을 두고,

'보라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즉, 소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작가의 복선이다'

라고 예상하고, 정답으로써 사용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냥 제가 보라색을 좋아해서요"

라고 답하신 것이다.



작품 제목을 본 순간,

"아~ 그 얘기? 알지알지."

하고 익숙한 듯한 반응을 보이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글에서 내가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루머' 그 자체이다.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는 공방이 있었고, 인터뷰 자체가 거짓이었음이 기정사실로 된 것은 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실제로 인터뷰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하셔도.


이것이 루머가 아님을 증명하는 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글을 함께 써 내려가는 우리는 결과론적 생각에 빠지지 말자.

단언하겠다.

이건, '팩트체크 없이 찌라시를 만들어낸' 엄연히 잘못된 행동이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이 루머를 철석같이 믿고, '복선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큰코다쳤네~? 하하'

하고 시시덕거리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렇게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위의 학교 이야기, 반복하지 않겠다.

당장 여러 유튜브의 분석 영상, 뉴스의 비판 글, 심지어는 유명인들의 언사 풀이까지.

정말 많은 매체에서 '글쓴이의 생각을 예상' 하고있지 않은가?


반복하지만, 진실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글쓴이의 의도가 어쨌든, 우리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만약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좋은 해석' 만을 떠올리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라.


예시를 들어보겠다.



- IDONTKNOWUX 의 [헛소리] 중 -

아.. 어디 돈 쓸 데 없나...?



이 글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내 감상을 적어 보자면,

'건방져 보임' '돈 자랑' '어이없음' '왜 저래' '나한테 써라'

정도 느껴진다.


하지만 내 의도는,

'내가 열심히 모은 돈으로, 따뜻한 마음을 담아 기부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였다.


재미있게도, 몸이 아주 강력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그 현상이 바로, '내가 생각한 의도와 달랐을 때 생기는 불쾌함' 이다.


작가의 의도를 알아주지 못했으니 문제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말을 잘못 전달한 나의 잘못이 맞다.


..지금 혹여나 머릿속에 어떤 강렬한 생각이 요동친다면, 바로 그 생각이 이 글의 핵심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지!!!'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

어이없는 글을 통해, '보는 이의 느낌' 이 사실상 전부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넘겨짚기' 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하기에 나도 했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온갖 구설수가 난무해 실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사실과 다를 수 있는데 '누가 봐도 이랬을 것이다' 라는 말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 될 뿐이다.


난 아무것도 몰랐다고. 그냥 이 글을 보고 그렇게 느꼈을 뿐이라고.


놀랍게도, 비판의 요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내가 보고 그렇게 느꼈다고 했으니, 전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은가?

이로써, '책임' 은 옅어지고 '비판' 만이 선명해진 것이다.


그렇다.

'넘겨짚기' 가 아닌 '느낌' 위주로 말하기.

이 표현법은, 단지 남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지키는' 화법이었던 것이다.








BONUS: 왜 어디서 본 것 같지?

글을 쓰던 중, 느낌 위주 화법의 효과를 설명하는 부분에 '두 마리 토끼' 라고 적으려다 멈칫했다.

의도치 않게 복선을 남겨, 이 글이 반성문이라는 것을 들킬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저 비유가 등장했던,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다, 길을 잃다.' 글의 문체를 살펴보자.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에 가장 선명하고 큰 글씨를 [배치해,]

브런치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먼저 인식하게 [했다.]


적을 것이 많다는 부담을 주지 않으시는 [설계,]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개인정보 경고도 이 공간을 벗어나면서도, 눈에 띄게 배치해 [두셨네요 :)]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시스템상의 허점마저 완벽하게 보완[했다는] 것이다.



..다 가져오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지적당해도 좋다.

나는, 이 글의 핵심과 완전히 정반대된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나조차 '넘겨짚기' 유도에 잠식된 상태로 글을 쓰고,

뒤늦게서야 이 문제를 발견했다는 현실이 참 슬프고도 부끄럽다.


앞으로, '내가 넘겨짚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점검하며 글을 적어나가야겠다.


독자분들도 항상 한 손엔 간식,

다른 손엔 회초리를 들고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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