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중랑천의 수풀 속에서 한 여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여인의 신원은 곧 밝혀졌다. 이름은 허승미. 30대의 가정주부로 한 아이의 엄마였고, 한 남자의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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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형사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흰 천을 걷어 여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운동복 차림의 여인이 반듯이 누워 있었다. 여인의 목에는 검푸른 멍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목 졸려 죽은 것 같은데요.”
박 형사가 조 형사의 등 뒤에서 말을 건넸다.
“그런 것 같군.”
조 형사는 흰 천으로 얼굴을 덮고 일어서며 말했다. 머리가 쑤셨다. 어젯밤 과음 탓이다.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숙취로 인한 두통이 더 곤혹스러웠다.
조 형사는 시신의 주변을 벗어나 담배를 빼어 물었다.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간 연기가 뇌를 자극했다. 약간의 몽롱함에 몸의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시신 주위로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이것저것 현장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박 형사가 조 형사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그래, 괜찮아. 너는 어때?”
조 형사는 반쯤 탄 담배를 발로 짓이기며 말을 받았다.
“저야 뭐....”
박 형사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어제 많이 마셨나? 막판에 기억이 잘 안 나.”
“많이 마신 것 같지 않은데, 형님은 좀 취한 것 같았어요.”
“그랬나?”
조 형사는 조금 멀쑥했다.
“실수는 하지 않았고?”
“아니요. 그냥 기분이 좋으셨어요.”
어제는 좀 취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의정부 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긴 뒤 첫 회식이었다. 전 근무지인 포천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근무지를 옮긴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곳을 떠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주변 탐문부터 해야겠죠?”
“그래, 그래야겠지.”
조 형사는 건성으로 답을 하고 눈을 돌려 현장을 살폈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시신 주변으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이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그 너머로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경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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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는 고시원 쪽방에 누워 몽글거리며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보며 지난 일을 복기해 보았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일진이 안 좋았다는 사실이었다.
며칠 전부터 새우 녀석이 전에 자신이 일했던 횟집을 한번 털자고 바람을 넣고 있었다. 새우는 가게 열쇠 두는 곳을 알고 있고, CCTV 위치도 알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새우의 말을 들으면 횟집 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전에 일하던 곳을 털자는 새우의 계획은 무모했다. 경찰은 누구보다도 가게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용의자로 올려 수사할 것이 뻔한 노릇이었다. 새우는 그 점도 염려 말라고 가물치를 안심시켰다. 횟집 사장이 뒤가 구린 게 많아 함부로 경찰에 신고를 못할 것이라고 했다.
“뭔 뒤가 구려?”
“그 자식 나쁜 자식이야. 그런 놈은 당해도 싸.”
새우는 더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새우의 복수는 소심했다. 생각해 낸 것이 고작 횟집을 터는 것이었다.
횟집 사장의 아내가 실종되었다. 가게일을 도맡아 하던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사장에게 물으니 친정에 잠시 갔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새우는 그렇게 확신했다. 새우가 그녀에게 연락을 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새우는 그녀와 보낸 밤이 떠올랐다.
그녀가 새우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어도 그 책임은 사장에게 있었다. 사장은 도박에 빠져 있어 가게를 비우기가 일상이었다. 횟집은 전적으로 그녀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가게 정리를 마쳤다. 둘은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술 몇 잔에 그녀가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통통한 손이 새우의 손을 잡았다. 물기가 느껴졌다.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몸이 부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새우는 그녀의 약간 풍만한 몸매가 그리 보기 싫지는 않았다. 많이 살쪄 보이지는 않는다고 새우가 말했다. 진심이었다.
가게의 불이 꺼지고 둘은 잠자리를 가졌다. 그런 관계가 몇 번 지속되었다. 그렇다고 가슴 깊이 사랑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그저 그런 관계일 뿐이었다.
새우는 사장이 아내에게 무슨 짓을 했다고 확신했다. 사장은 손님이 드문 시간에 가게에 들러 그녀에게 돈을 요구했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큰소리가 주방까지 들렸다. 시간이 갈수록 둘의 싸움은 격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얼굴이 멍든 상태로 가게에 출근하는 날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사라진 것이다.
사장은 아내와 새우의 관계를 모르는 듯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신까지 해를 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새우는 횟집을 그만두었다. 여러 날이 지나도 새우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의 실종이 사장의 짓이라면 사장은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경찰에 감히 신고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새우는 생각했다.
가물치도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음식점을 며칠 전에 그만두어 용돈이 궁하던 차였다. 가물치는 마지못해 새우의 제안에 응하였다.
횟집은 포천의 일동에 있었다. 의정부에서 포천의 일동까지 이동하려면 차가 필요했다. 차는 가물치가 마련하기로 했다. 가물치는 며칠 동안 의정부 시내를 돌아다니다 차 한 대를 훔쳤다. 고맙게도 시동을 켜 둔 채 잠시 편의점에 들어가는 사람을 발견하고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다고 가물치는 생각했다. 편의점 앞에 세워 둔 차를 몰고 사거리 코너를 돌 때까지 차주인은 편의점에서 나오지 않았다.
횟집을 터는 일은 순조로웠다. 계산대의 서랍을 뒤져 현금을 챙겼다. 가게 안의 돈이 될만한 물건도 챙겼다. 너무도 순조로워 긴장감이라고는 일도 없는 도둑질이었다.
이제는 돌아가 차만 정리하면 모든 일은 끝난다. 차는 도로의 CCTV에 찍혔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 없다. 폐차장에서 일하는 용가리 녀석한테 차를 넘기면 녀석이 차를 산산이 분해할 것이다.
그들은 차량의 흐름이 끊긴 도로를 질주했다. 일동을 벗어날 때 둘은 흥분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장수의 기분 같았다. 만세교에서 그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검은 그림자가 차 앞을 가로막았다. 운전을 하던 가물치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검은 물체는 큰 충격음과 함께 튕겨 나갔다. 차가 도로에 선명한 검은 흔적을 내며 멈췄다.
분명 사람이었다. 둘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었다. 감히 차에서 내려 생사를 확인할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야, 도망가자. 본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새우가 말했다.
가물치도 그것이 이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았다. 가물치는 힘차게 액셀을 밟아 차를 가속시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날 차를 용가리에게 넘겼다. 앞 범퍼가 크게 찌그러진 것을 보고 용가리가 가물치를 돌아보고 물었다
“왜 그래?”
“응, 뭐랑 부딪혔어.”
간단히 얼버무렸다. 용가리도 더는 묻지 않았다. 용가리는 가물치에게 지폐 몇 장을 쥐어주고 부서진 차를 견인차 위에 싣고 사라졌다.
끝났다. 뺑소니 사건은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것이다.
그날, 가물치와 새우는 흠뻑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아무 대화도 없이 그들은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술집에서 나온 그들은 비틀거리며 걷다가 중랑천 수변공원에서 발을 멈추고 벤치에 주저앉았다. 이른 봄밤의 강변은 쌀쌀했으나 술기운에 그들은 추운 줄도 몰랐다.
“아, 씨발 그것만 아니었으면 완벽했는데... 죽었을까?”
“몰라 씨발, 죽든지 살든지 알 게 뭐야.”
가물치는 새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지가 죽으려고 작정한 게지. 한밤중에 비틀거리며 길을 건너는 놈이 미친놈이지.”
새우는 사고의 책임이 전적으로 상대에게 돌리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노력했다.
“그래, 잊자. 씨발. 어디 박혀 며칠 있다가 원양선이나 타고 나가자.”
가물치가 말했다. 사실 가물치는 원양선을 타고 나갈 계획이었다. 그래서 새우의 무모한 계획도 받아들인 것이다. 한 건 하고 이 나라를 뜰 생각이었다.
“그래, 나도 조만간 이 나라를 뜰 거다. 씨팔, 좆뱅이 치며 살아 봤자 이 나라는 우리 같은 놈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냐? 나는 필리핀에 있는 친구한테 갈 거다.”
그들은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둑방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그때 그 여인을 발견했다. 여인은 계단에 앉아 휴대폰의 액정 위에 글자를 새겨 놓고 있었다. 남자들의 인기척에 여자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살피더니 이내 시선을 휴대폰으로 옮겼다.
그녀를 지나쳐 몇 걸음 가던 새우가 뒤를 돌아보며 가물치에게 물었다.
“혹시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사실 가물치도 새우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모든 것이 끝이다. 스물여섯의 인생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끝날 수는 없다.
가물치의 머릿속에서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녀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아무런 감정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그녀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불행한 운명이라고 가물치는 자신의 행위에 구차한 변명거리를 마련하였다.
가물치는 몸을 돌려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마침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여자는 가물치의 접근을 알지 못하고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가물치가 조심스럽게 여자의 뒤로 가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
“야, 뭐 해! 이 년 좀 잡어.”
가물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새우를 향해 목소리 낮춰, 그러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새우가 달려와 여자의 몸 위로 올라와 그녀의 팔다리를 제압하였다. 여자가 남자 둘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새우의 모습이 여자의 망막에 맺혔다. 여자의 의식은 점점 흐려져 갔다. 버둥거리던 여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가물치는 흠칫 놀라며 용수철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나야.”
새우였다. 가물치는 문을 열어 새우를 방 안으로 들인 후 좌우를 살폈다. 고시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물치는 재빨리 문을 닫았다.
“조용히 있지 왜 왔어?”
가물치가 데퉁스럽게 새우에게 쏘아붙였다.
“우리 자수하자.”
새우가 몸을 심하게 떨며 말했다.
새우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밤중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눈만 감으면 그 여자의 환영이 나타났다. 지금도 그 여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새우는 가물치의 고시원을 찾아왔던 것이었다.
“무슨 개소리야!”
“무서워서 못 살겠어. 날마다 꿈에 그 여자가 나타나.”
“야 이 새끼야, 정신 차려. 우리 조금만 숨죽이고 있다가 멋있게 이 나라를 뜨자.”
가물치가 두 손으로 새우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어깨의 떨림이 가물치의 손에 전해졌다.
가물치도 중랑천 사건 직후 왜 그런 과격한 행동을 했는지 후회했다. 그러나 그 당시는 그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기분 좋은 상상이 여인 때문에 엉망으로 흐트러진다는 생각에 이성의 줄이 잠시 끊어진 것 같았다.
“씨팔, 왜 사람을 죽이고 지랄이야!”
새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새끼가! 그게 나 혼자 좋자고 한 게 아니잖아. 이제 와서 발을 빼겠다 그거야?”
가물치는 새우가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 몰고 있다고 느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자수할 거야. 너는 알아서 해.”
새우가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야, 잠깐만.”
자수는 안 된다. 이제 곧 원양어선을 타고 이 나라를 뜨면 끝이다. 가물치는 나가려는 새우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놔!”
새우가 가물치의 손을 뿌리쳤다.
“이 새끼가.”
가물치는 잠자리 머리맡에 놓인 재떨이를 집어 들고 문을 나가는 새우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새우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새우의 머리에서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붉은 피는 방안을 가로질러 문 앞까지 번졌다. 가물치는 새우의 끌고 화장실로 옮겼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가물치는 걸레로 방안의 피를 훔쳐냈다. 핏자국은 깨끗이 지워지지 않았다. 깨끗이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방안 정리를 얼기설기 끝내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의 새우는 미동도 없었다. 가물치는 새우의 가슴에 귀를 댔다.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물치는 샤워기를 틀어 화장실의 피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홑이불을 꺼내어 새우를 둘둘 감아 쌓았다. 역겨운 냄새가 확 끼쳐왔다.
가물치는 방문을 단단히 채우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담배를 뽑아 물었다.
일이 너무 커졌다. 벌써 몇 명째냐?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다. 마치 무엇엔가 씌운 느낌이다. 어느 하나 의도한 것이 없었다. 조금 전의 일만 해도 그렇다. 새우 녀석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먼저 일을 제안한 게 새우 아닌가?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녀석 때문인데 이제 와서 자수를 하겠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감정이 격해 순간적으로 내려친 것인데 그 녀석이 그렇게 쉽게 죽을 줄이야. 어떻게 그를 처리해야 할지 갈피가 서지 않는다. 잠시 생각을 모아야겠다. 우선 가방을 사야겠다. 그리고 지금 이불로 감싸놓은 새우를 가방에 넣고 먼 남쪽으로 가서 산속에 묻자. 그래 강에 빠뜨리는 것보다 산에 묻는 게 낫겠다. 어떻게 옮기지? 용가리한테 차를 잠깐 빌리면 된다. 용가리 녀석은 의리가 있어 이유는 묻지 않고 차를 빌려줄 것이다. 일은 그렇게 처리하면 되겠다 싶다. 생각하면 모두 새우가 자초한 일이다.
가물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새우는 보육원 친구였다. 새우와 함께 한 많은 일이 떠올랐다. 소심했지만 착한 친구였다. 또래에 비해 덩치도 작았다. 일이 생기면 새우는 가물치에게 도움을 청했고, 가물치는 새우의 편에 서서 그와 함께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엄마와 함께 떠난 동생이 때문이었을까?
엄마와 헤어진 아버지는 가물치를 보육원에 맡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새우는 가물치보다 1년 늦게 보육원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였다.
둘은 같이 보육원을 나왔다. 가물치는 공장에서 일을 했고, 새우는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새우는 요리를 좋아했다. 특히 새우튀김을 좋아했다. 새우튀김을 잘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튀김집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야, 새우가 그렇게 좋냐?”
“그럼 얼마나 맛있는데. 바삭한 튀김옷 속의 부드러운 속살은 마치 모시옷을 입고 있는 여인 같지 않니?”
“지랄, 아무거나 있는 데로 처먹지 뭘 그렇게 따지며 먹냐? 이렇게 먹을 게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데.”
“아유 가물치 같은 새끼. 너는 미식의 세계를 너무 몰라. 그저 가물치처럼 닥치는 대로 먹기만 하지.”
“가물치? 가물치가 그러냐?”
“그래, 완전 잡식이지.”
새우가 껄껄 웃었다.
가물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가물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씨팔.”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은 분명했다. 새우에게 미안했다. 왜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악마적 존재가 있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게 했을 것이라고 가물치는 생각했다.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폐부 깊숙이 스며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는 기도를 타고 흘러나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담배 연기 속으로 고시원을 향해 걸어오는 두 명의 사내가 보였다. 가물치는 빨리 새우의 시신부터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물치는 옥상에서 내려와 방으로 갔다. 가물치가 방문을 열려고 할 때 복도의 끝에서 걸어오는 두 명의 사내가 보였다.
혹시 저 사내들이 지나치다 방이라도 엿보기라도 하면...
순간 가물치는 지금 방문을 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물치는 육감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가물치는 몸을 돌려 복도 끝의 계단을 향해 걸었다. 가물치가 그 사내들과 엇갈려 지나치는 순간 한 사내가 가물치의 손목을 잡았다.
“저 잠시만요.”
가물치는 그 사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계단 아래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가물치의 손목을 잡았던 사내가 순간 중심을 잃고 기우뚱하더니 다시 몸을 일으켜 가물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