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심연의 연인

by 마정열


욕조에 가득 찬 물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절벽에서 바라본 심연 같았다. 공포가 밀려왔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조심스레 한발을 들여놓았다. 발끝에서 시작하여 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따뜻함. 안심이 되었다. 나머지 발마저 욕조에 넣고 온몸을 물속으로 뉘었다. 물의 온기가 전신을 포근히 감쌌다. 몸을 수면 아래로 깊숙이 끌어내렸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머리까지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감았던 눈을 떴다. 여인이 울고 있었다. 울지 말라며 여인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동무가 손을 흔들었다. 동무에게로 달려가 동무를 껴안았다. 동호야!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였다. 엄마가 손을 내밀었다. 엄마의 손을 잡지 않았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여전히 여인은 울고 있었다.


전화기를 통해 전해진 다영의 숨결은 떨렸다. 무슨 말인지도 모를 몇 마디를 하고 이후로는 울음소리뿐이었다. 조퇴하고 회사를 나왔다. 겨울비가 추적거리며 내렸다. 어두워져 가는 거리를 우산도 받치지 않고 뛰었다. 조급한 마음과 달리 시외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빗줄기를 가르며 버스가 달려왔다.

두 시간이 넘게 걸려 다영이 사는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건물 앞에서 전화를 하고 건너편 건물 처마 밑에서 다영을 기다렸다. 비를 뒤집어쓰고 다영이 달려왔다. 와락 나의 품에 안겼다. 다영은 떨고 있었다.


그때도 다영은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다영을 품에 안으며 이제 괜찮다고 달래었다. 조금 진정된 다영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 살았다는 안도의 울음이었을 것이다.

여름 휴가를 맞이하여 공장 동료들과 함께 계곡을 찾았다. 한적한 계곡이었다. 몇 무리의 젊은이들이 군데군데 진을 치고 놀고 있었다. 한낮의 더위가 지나갔다. 하늘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한가롭게 물가를 거닐고 있었다. 물이 아직도 두렵다. 동료들이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여기가 좋다고 물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여자가 물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물에 빠져 위기에 처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동무는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었다. 여자의 모습은 동무의 모습이었다.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있는 튜브를 겨드랑이에 끼고 죽을힘을 다해 헤엄을 쳤다. 물이 무섭다는 생각도 없었다. 엄마가 부르지도 않았다. 동무가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여자가 튜브를 잡았다. 여자는 물가로 끌고 나왔다. 여자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다영과 함께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침대 옆에 누워있는 남자는 발견했다. 남자는 이미 숨을 거든 상태였다.

다영은 두서없는 말로 사정을 이야기했다. 남자의 태도가 며칠 전부터 전과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빌려주었다는 돈을 빨리 해결해 달라고 다영에게 요구했다. 심지어는 돈을 못 갚으면 몸으로라도 해결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마저 지껄였다. 그리고 오늘 사달이 벌어진 것이었다.

남자가 다영을 찾아왔다. 술이 어지간히 취한 남자가 다영을 강제로 범하려 했다. 다영은 저항하며 남자를 밀쳤다. 술기운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남자가 방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사람의 목숨이란 게 우스웠다. 침대의 모서리에 뒷머리를 부딪친 남자는 일어나지를 못하였다.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을 다영이 대신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증권사 남자를 만나려 했다. 아니, 반드시 만나야 했다. 증권사 남자를 만난 적은 없다. 다영을 통해 건너 들은 이야기가 전부이다. 집에서 증권사 남자와 결혼을 독촉하고 있고, 남자도 결혼을 서두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금이 봉건 시대도 아닌데, 자신의 의사에 반한 결혼이 가당하기나 하냐는 나의 반응에 다영은 쓴웃음만 흘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산은 기울어진 상태에서 아버지는 여러모로 빚이 많았다. 증권사 남자가 빚의 일부를 대신 메워주고 있는 형편이었다. 증권사 남자는 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할 때 사업 관계로 알게 된 사이라고 하였다.

증권사 남자가 여러 통로로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다영에 대해 알아본 모양이었다. 다영에게 연인이 있음을 안 증권사 남자는 포천으로 사람을 보냈다.

나를 찾아왔던 청부업자에게 증권사 남자에 대해 들었을 때 혼란스러웠다. 그냥 물러나야 할지, 앙갚음을 해야 할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왜 그랬냐고 한 마디는 묻고 싶었다. 그래서 한번은 분명 만나야 했다.

어떤 방법으로 만나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차에 이런 일이 생겼다. 결단성이 없는 나의 성격 때문에 벌어진 일 같았다. 예전부터 그랬다. 무슨 일이 닥치면 자신 있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우유부단한 나로 인해 다영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다영은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 정도라고 생각했다. 다영은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뭐냐고 물었을 때 다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간혹 다영은 과거에 만난 남자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너무 싫었다는 말을 하곤 했다.

나도 다영을 사랑한다. 목숨을 걸고 구했으니 목숨을 걸고 지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다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공원에서 다영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건달 서너 명이 시비를 걸어 왔다. 다영은 그냥 가자고 했으나 다영을 건드는 놈들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들과 싸움을 벌려 곤죽이 되도록 맞았지만 다영은 무사했다. 그러면 됐다.


다영이 대학 졸업을 하고 집에 나에 대해 알렸다. 다영의 부모는 당연히 나와의 교제를 반대했다. 다영은 단호했다. 그녀에게 부모의 반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문제가 되었다. 다영과의 교제가 지속될수록 미래가 걱정되었다.

다영의 행복을 지켜줄 자신이 있는가?

조금씩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집에서 증권사 남자와 결혼을 강요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내가 떠나든지 아니면 내가 책임질 테니 나랑 살자고 했어야 했다. 나는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큰 여행용 가방이 있냐고 물었다. 다영은 여행용 가방을 찾아 가져왔다. 남자의 몸을 가방 안에 꾸겨 넣었다. 가방을 끌고 다영의 방을 나섰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육중한 무게의 가방을 차의 트렁크로 옮겼다.

다영에게서 자동차 열쇠를 건네받았다. 차의 시동을 걸었다. 다영이 옆좌석에 앉았다. 다영에게 내리라 하였다. 다영은 한사코 같이 가겠다고 했다. 한동안 실랑이가 이어졌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내리라고 벌컥 화를 냈다. 다영이 차에서 내렸다. 액셀레이터를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모든 것이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인듯하여 해결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미러로 다영을 보았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고 있었다. 차를 잠시 세우고 차 안의 우산을 찾아 들고 다영에게 달려갔다. 우산을 씌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차로 와 차를 출발시켰다. 백미러에 비친 우산 쓴 다영이 점점 작아지더니 백미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다영은 내 곁을 떠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우산을 쓰고 다니던 고향 동무가 생각났다.


그날은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감나무에 우산이 안 걸려 있는 것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하고 아버지에게 지나가는 말로 말했다.

아부지, 감나무 집에 우산이 없어.

몰랐나? 그 집 이사 갔다.

어디로?

나도 모른다.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기 싫다는 듯이 자리를 떴다.

서둘러 동무의 집으로 달려갔다.

집 안에는 잡동사니 물건만이 뒹굴고 있었다. 안방 건넌방을 건너다니다 사진 한 장이 발끝에 채었다. 거기에는 동무와 동무의 누이 그리고 아저씨, 아주머니가 색이 바랜 채 인화지에 찍혀 있었다.

동무는 웃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잘 웃었다. 뇌리에 새겨진 마지막 그의 모습도 웃는 모습이었다.


그는 웃으며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채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수영에 자신이 없는 나는 무서워 가지 않았다. 절벽 밑의 계곡은 수심이 꽤 깊었다. 동무는 그곳으로 자신 있게 헤엄쳐 갔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절벽 바로 아래는 소용돌이치는 곳이었고, 동무는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동원된 경찰들이 수색 작업 끝에 그를 물속에서 발견했다.

그의 누이와 부모는 시신을 안고 오열을 했다. 그 울음은 참혹했다.

동무의 부모는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처럼 순박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들의 죽음을 울음으로 하소연할 뿐이었다.

아들의 장례를 끝낸 그들은 홀연히 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사는 집 앞에는 큰 감나무가 있었다. 가을이면 탐스러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길을 유혹하는 나무였다. 맑은 날이면 그 나무에는 우산이 걸려 있었다.

동무는 그 나무에다 우산을 걸어두었다. 청색의 우산이었다.

하굣길, 그의 집 앞에 이르렀을 때, 감나무에 걸린 우산을 가리키며 물었다.

왜 우산을 나무에 걸어놨나?

자랑하려고.

무슨 자랑?

좋은 우산 자랑.

동무는 싱글거리며 답했다.

동무는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동무를 장애인 자식이라고 놀리는 놈들을 나는 가만두지 않았다. 늘씬 두들겨 맞은 아이들이 부모를 앞세우고 우리 집에 찾아와 엄마와 아빠에게 항의해도 엄마와 아빠는 나를 혼내지 않았다.


비 오는 날 동무는 부러진 우산을 쓰고 학교에 왔다. 그의 우산은 우산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나는 동무와 함께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 앞에서 그의 손에 우산을 쥐어 쥐고 빗속을 뛰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장만해 준 새 우산이었다. 그날 이후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우산은 감나무에 걸려 있었다.

우산을 버리지 않고 가져간 동무의 부모가 고마웠다. 곧바로 동무가 빠졌던 계곡으로 달려갔다. 절벽 위에 섰다. 시퍼런 물이 맴돌고 있었다. 어서 오라는 동무의 목소리를 들은 듯했다.

계곡물 쪽으로 한 발자국을 옮겼다.


동무의 시신을 보고 몇 밤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동무는 나의 손을 끌고 물속으로 들어가려 했고, 나는 무서워 엉엉 울다가 꿈에서 깨어나곤 했다. 또 어떤 날은 소용돌이에서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시퍼런 물이 눈앞에서 넘실거렸다. 동무가 불렀다.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동호야! 거기서 뭐 하니?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없었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동무는 그렇게 나의 곁을 떠났다. 감나무는 여전히 동무의 집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우산도 동무도 없었다.

허전한 감나무가 나의 귀갓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누이의 예쁜 우산을 몰래 가져다 감나무에 걸어 놓았다. 우산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마치 동무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는 듯했다.


어딘지도 모를 산허리에 남자를 묻고 돌아섰다.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이 빗줄기가 나의 흔적을 지워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망은 나와 다영을 향해 좁혀질 것이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경찰의 후각이 다영에게까지 미쳐서는 안 된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렸다. 어느 하나 해피엔딩은 없었다. 단 하나의 방법은 모든 것을 안고 사라지는 것. 그것 외에는 딴 방도가 없었다.


다시 다영을 만난 것은 새벽녘이었다. 한겨울이지라 새벽은 여전히 짙은 어둠이었다. 제법 퍼붓던 겨울비는 그쳤다. 다영의 집 앞에서 자동차 열쇠를 다영에게 넘기며 말했다.

잘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금의 위안도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만일 경찰이 찾아와 물으며 그냥 모른다 대답해.

다영은 그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들어가 쉬었다 가라고 말했다. 그냥 가겠다고 말하고 내가 한 말을 꼭 기억하라고 다짐을 받은 후 돌아섰다.

한참을 걸은 후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 서 있는 다영의 형체가 보였다. 다영의 얼굴 표정을 보고 싶었으나 겨울 새벽의 어둠은 나의 기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의식의 혼란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비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날은 추웠다. 퇴근 무렵 다영이 찾아왔다. 주점에서 말없이 술을 나누고 우리는 모텔로 찾았다.

다영이 자수를 하자고 말했다.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어떡해?

다영의 말은 울음이 되어 내게 전해졌다. 이런 대화는 밤새 지속되었다. 다영은 울었고, 나는 달랬다. 다영은 자신의 인생은 이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화를 냈다. 누구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소리쳤다.

함께 있겠다는 다영을 설득해 새벽 어둠 속으로 다영을 내몰았다. 커튼을 젖히고 모텔을 나서는 다영을 보았다. 어둠이 다영을 완전히 삼킬 때까지 계속 지켜보았다.


백지 위에 두서없이 몇 마디를 썼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를 해치려는 그의 행동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청부살인을 하려 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가 왜 그랬냐고 따지려 했으나 그가 격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그를 해쳤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백지 위의 글자를 찬찬히 응시했다. 그리고 종이를 쭉 찍어 불을 붙어 재로 만든 후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다시 썼다.


죄송합니다. 죽음으로 속죄합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진정 사랑했습니다. 사랑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가 우리의 사랑을 빼앗으려 했고 나는 그것을 지키려 하였습니다.

그를 찾아가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 말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는 나의 간절한 청을 비웃었습니다. 너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너 자신을 한번 돌아보라고 나를 조롱했습니다. 순간 이성을 잃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습니다.

그를 묻은 곳은 어딘지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연천의 백학 저수지 인근의 산입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왔고 경황이 없는 중에 벌인 일이라 정확한 장소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영아!

사랑하는 다영아!

너는 굳세게 살아 끝까지 행복해야 한다.


눈물이 쏟아졌다.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었다. 눈물에 종이가 얼룩졌다. 종이를 접어 화장대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겨울의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려는지 창이 어슴푸레 밝아왔다. 욕실로 들어섰다.

욕조의 머리맡에 놓인 면도칼을 집어 들었다. 욕조의 물이 붉게 변하는 것을 흐려지는 의식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맑은 선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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