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이 물폭탄을 싣고 북상 중이라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바람은 없지만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젯밤은 정말 폭풍 전야라는 말처럼 너무 고요하여 두려웠다. 자연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삶이다.
올해는 연이어 재난의 연속이다. 코로나가 열에 약하니 여름이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는데 그런 바램도 허사가 돼버렸다.긴 장마로 인한 수해, 10월까지 찾아올 태풍.
우울한 마음은 잘 달래지지 않는다. 가끔 여행을 하며 머리를 식히고, 상처를 치유하고 새 힘을 얻곤 했는데 올해는 아이들 집에 가는 것 외에는 당일치기 여행도 하지 못했다. 가을이면 나아지리라 싶어서 거제도, 울릉도 여행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둘 다 취소를 했다. 이달 중순 태안반도 여행도 어려워보인다.
언젠가 혼자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이다. 오렌지 반쪽, 빵 반쪽,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떼웠나보다. 밤에 읽을 책, 내일 신을 양말을 빨아서 말리느라 걸쳐놓았다.
한 줄기 빛이 탁자 위에 비스듬히 얹혀있는 것을 보니 아마 저녁무렵인 듯.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 하고 숙소에서 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