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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02. 2020

여행의 풍경1

몸으로 하는 독서


태풍 마이삭이 물폭탄을 싣고 북상 중이라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바람은 없지만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젯밤은 정말 폭풍 전야라는 말처럼 너무 고요하여 두려웠다. 자연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삶이다.


올해는 연이어 재난의 연속이다. 코로나가 열에 약하니 여름이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는데 그런 바램도 허사가 돼버렸다.긴 장마로 인한 수해, 10월까지 찾아올 태풍.


우울한 마음은 잘 달래지지 않는다. 가끔 여행을 하며 머리를 식히고, 상처를 치유하고 새 힘을 얻곤 했는데 올해는 아이들 집에 가는 것 외에는 당일치기 여행도 하지 못했다. 가을이면 나아지리라 싶어서 거제도, 울릉도 여행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둘 다 취소를 했다. 이달 중순 태안반도 여행도 어려워보인다.



언젠가 혼자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이다. 오렌지 반쪽, 빵 반쪽,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떼웠나보다. 밤에 읽을 책, 내일 신을 양말을 빨아서 말리느라 걸쳐놓았다.

줄기 빛이 탁자 위에 비스듬히 얹혀있는 것을 보니 아마 저녁무렵인 듯.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 하고 숙소에서 쉬는 시간.

그런 작은 행복감이 모여야 유연하고 아름다운 인생이 될텐데...

내 우울증의 원인은 아마 그 언저리쯤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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