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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06. 2020

문학의 자리

몸으로 하는 독서

몸살 기운으로 온몸이 맥을 추지 못할 때, 엄마는 누런 - 노란이 아니고 - 설탕 두 숟가락을 펄펄 끓는 물에 타서 주셨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것을 마시고 한잠 자고 나면 거짓말처럼 몸이 가뿐해졌었다.
그 오래된 신화는 이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슴의 이 묵직한 통증을 감당할 수가 없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원고지 450장을 목표로 글을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둔 시조 잡지도 열심히 보고 있는 중이다. 다시 볼 부분 메모해두고 필요한 문우들께 넘기려고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와중에 간간이 발목잡는 통증. 병원에 가지 않아도 비방은 있다. 훌쩍 길 위에 서는 것이다.



어느 해 이 월,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오래 기다렸다. 줄에서 슬쩍 빠져나와 어슬렁거리다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본다.
문학이 사회 깊숙이 들어와 일상이 되어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사진을 냉장고 문에 붙여두고 언제쯤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계산을 해보지만 현실은 안갯속이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매사 때가 있으니 지금은 여행할 때가 아니고 글을 쓸 때라고 최면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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