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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03. 2020

태풍은 지나갔지만

2020.9.3.목

태풍이 지나가고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쨍쨍하다.

우리도 어젯밤 밤잠을 설쳤다. 시골집에 창고로 쓰는 다 낡은 스레이트 지붕을 인 작은 집 하나 있는데 혹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이웃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날이 밝기가 무섭게 가보았더니 별 이상없단다.


before  and  after

우리 집 꽃밭은 초토화 되었다. 여름 내내 꽃을 보았으니 이참에 정리를 해야하나 싶다. 하지만 꽃밭은 내 소관이 아니다.


옷 수선 할 게 있어서 백화점에 갔더니 벌써 가을 옷이 나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달 말일부터 추석연휴이구나. 겨울 끝자락에서 봄, 여름을 마스크를 쓰고 꼼짝않고 살았어도 세월은 쉼없이 흐르고 있었네.

아기 옷은 구경만 하고 두 달 전 사준 남편의 운동화는 벌써 수명이 다해서 새로 샀다. 아침 저녁으로 두 번 걷기, 한 번 자전거 타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니 운동환들 배겨내겠나 잔소리 하고 싶지만 그러면 나보고 너무 운동 안한다는 반격이 올 게 뻔해서 그냥 넘어간다.



태풍에 씻긴 대기가 맑고 청량하지만 운전을 하면서보니 곳곳에 태풍이 남기고 간 상처들이 보인다. 그런데 또다른 태풍이 세력을 키우고 있단다.

올해는 참 힘든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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