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를 쓰게 된 계기는 그동안 찍어둔 내 사진을 설명할 한 줄이 절실해서였다. 사실 잘 찍은 사진은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글을 잘못 갖다붙이면 사족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나는 하이쿠처럼 촌철살인의 짧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하여 사진도 돋보이고 글도 음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나의 욕심이었다.
주위에 수소문하여 한달에 두 번 모여서 시를 읽고 시조도 쓰는 모임이 있어서 찾아갔다. 그러기를 일 년여 지났을 때 그만 신춘문예에 덜컥 붙어버렸다.(얼마나 놀랬는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 시 창고에 아무 것도 없는 시인이라니. 그때부터 부지런히 읽었다. 혼자 숱하게 좌절하면서.
오늘도 읽는다. 시력 자그마치 40년이 되신다는, 내가 좋아하는 시조시인 박기섭 선생님의 신간 《오동꽃을 보며》를 읽는 중이다. 시력 4년 차 왕초보는 가슴이 뛴다.
세월이 한참 건너가면 나도 아름다운 시조를 쓸 수 있으려나, 올챙이가 꾸는 꿈이다.
사십여 년 전 내가 처음 산 사진책. 아닌 척 묻어두고 지났지만 그때부터 사진을 하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