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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22. 2020

타는 인간

2020.9.22.화

오늘, 그리고 어제 3시 무렵

여름내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타고 있다. 두어  번 손을 봐 주었더니 윈래대로 착한 자전거가 되었다.
기계랑은 별로 친하지 않아서 집안의 물건도 고장이 나면 속수무책이다.
언젠가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사람을 불렀더니 말끔히 고쳐주었다. 내가 기계치의 고충을 얘기했더니 그 기사가 내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는 말을 했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시잖아요. 그래도 잘 타고 다니시죠? 컴퓨터도 잘 모르셔도 돼요. 고장나면 지금처럼 고치면 됩니다."
그 사람은 컴퓨터만 고친 것 뿐만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만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하루에 한 시간 자전거를 탄다. 바람은 이제 여름을 완전히 잊고 가을의 건조하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 멀리서 당도했을 바람은 미련을 두지 않고 나를 스치듯 지나간다. 구름은 모였다가, 뭉쳤다가 하면서 금방 다른 그림들을 그려낸다. 구름 사진을 찍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찍어야지 금방 다시 돌아와서 찍는 건 안된다. 마치 흐르는 시간과 같다.
소설가 김훈은 출판사에 자전거 에세이를 쓸테니 자전거 살 돈을 먼저 달라고 해서 '풍륜'이라 명명한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미문들을 쏟아냈다. 《자전거여행 1,2》다.
그런 절묘한 문장들을 쓸 자신도 없거니와 기껏 하루에 한 시간, 아직 이름도 없는 그냥 따릉이를 타는 아줌마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는 자전거를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바람과 구름과 따릉이...


집으로 오다보니 비행기가 간다. 언제 다시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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