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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30. 2020

추석 전날


추석 전날이다. 포털 사이트에 보니까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둔 고장이 있었다.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마음이 불편하게 느껴질만한 글귀다. 요즈음처럼 어려운 시기에 일하는 젊은이들도 가끔은 쉴 수 있는 시간과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일을 해서 열심히 세금도 내지 않겠는가.

우리 아들은 효자라도 왔다. 조심하고 철저하게 방역을 하는 아이들이라 별다른 걱정은 안한다. 집에 와서도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추석을 지낼 참이다. 열심히 직장 다니며 애를 썼으니 이 정도의 여유는 가져야지.

오전에 미역국을 끓여놓고 손이 많이 가는 빈대떡을 부쳐놓았다. 점심으로 한우구이를 해먹을 참이다. 선물로 들어온 걸 아이들이 오면 먹으려고 두었드랬다.

손녀는 오자마자 할아버지에게 붙들려서 키를 재고 있다.


점심을 먹고 모두들 낮잠 시간, 손녀만 눈이 반짝인다. 할아버지가 마당 한 켠에 모래를 잔뜩 실어다놨다. 손주 오면 모래 장난을 하라고 할머니는 모래놀이 장난감을 사두었다.

장독 하나 없는 장독대에 앉아 보초서며 아무튼 3시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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