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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09. 2020

변방에서

2020.10.9.금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를 이틀에 걸쳐 읽었다.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딱딱한 주제를 이렇게 가독성있게 풀어쓴 작가의 실력이 놀랍다.

우선 밑줄 친 구절들을 컴퓨터로 옮겨쓴다. 꼭 손글씨가 아니라도 쓰는 작업을 거치면 훨씬 더 내용이 명료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다보면 나누어야할 토론거리가 보인다. 그래서 토론 자료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가 않다. 한 권의 책으로 대여섯 개 정도의 문제를 만들어간다. 문제를 던져놓고 듣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요즘들어 말이 많아져서 고민이다.

일단 초안을 만들어놓고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 책을 다시 읽으며 자료를 수정해 나간다.


서울도 아니고 수도권도 아니고 변방의 작은 도시의 아줌마들이 모여서 하는 수다 수준의 토론이 얼마나 사회에 영향을 끼칠까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 도모하는 모든 일은 한 사람의 개인에서 출발한다. 그렇지 않은가. 개인이 없는 무리나 군중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더라도 인권이 빠진 이익단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나는 소규모의 독서토론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점심을 먹고 장을 보러 나갔다 오다보니 거리가 온통  태극기의 물결이다. 오늘이 한글날이구나. 언제부턴가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사시사철 집에 태극기를 꽂아놓고 있는 집들이 여럿 있다. 흡사 점쟁이 집에 세워놓는 대나무처럼.


호수에 외부의 물이 유입되지 않으면 그 호수는 생명력이 없다. 사람의 사고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고나 삶의 방식,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기존의 틀을 최소한 새롭게 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무조건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랑한 할머니가 되고자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오늘은 바람이 세다. 하늘을 보니 그래서지 구름도 뭉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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