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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10. 2020

걷는 인간 3 -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020.10.10.토

해안선을 따라서 해국 군락지

차를 끓여 보온병에 담고 감자 찐 것 두 알, 포도 한송이를 배낭에 넣고 가는 길에 김밥 두 줄을 샀다. 얼마전 TV에서 소개한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걷기를  해볼 참이다.

자동차로 삼십여 분  움직였다.

바람이 많이 불고 날도 흐리지만 미리 계획한 일이라 그냥 갔다. 맑은 날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겠지.

갈매기들도 그냥 앉아서 수다만 떠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거센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바람을 즐기는 녀석도 있었다.



바다의  저쪽 편으로 보이는 시가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도에 밀려온 다 해진 축구공을 보니 톰 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가 생각난다. 무인도에 표류한 그는 배구공에다 얼굴을 그리고 '월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곤 매일 말을 건다. 두려움을 희석시키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한계상황에 놓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 거라며 영화를 보며 생각했었다. 지나쳐 갔다가 다시 와서 사진을 찍었다 요즘은 사진도 되도록 최소한만  찍으려고 한다. 욕심을 비우기의 훈련이다. 메모리 창고에 많이 쌓아두지 말것!


세 시간 동안 십이 킬로미터 정도 걸었으니 나름 천천히 걸은 셈이다.

다음엔 동해의 짙푸른 청색을 볼수 있는 날을 택해서 이어 걸을 참이다.

코로나 시대, 세계 최강의  K-방역을 여기에서도 보았다. 바다쪽의 데크 전망대 기둥에 달아놓은 손세정제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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