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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23. 2020

어느 멋진 날

2020.10.23.금

내일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일주일이 금방이다.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다음에 아들네 왔을 때는 이 집이 아니다. 다음 달 초에 일 년여 있을 집으로 이사를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집을 떠나서 대학, 호주워킹 이 년, 군대, 직장 생활, 결혼을 하면서 제 이름으로 산 첫집이어서 나도 이 많이 들었고 특별한 집이다.


그저께 손주가 침대 위에서 놀면서 사각등 불을 켰다. 재빨리 핸드폰을 가져다가 몇 장 사진을 찍었다. 마음에 든다. 이 사진으로 인해서 이 집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할 것 같다.



조용하다. 간간히 전동차 지나가는 소리만 어렴풋이 들릴 뿐.  출근하지 않은 며느리는 작은 방에서 일을 하는 듯.

나는 큰방에서 두 권 갖고 온 시조집 중 나머지 한 권을 읽고 있다. 십 세가 다 되도록 시를 쓰다가 두어  전 작고한 원로 시인의 시집이다. 이 시인의 시집은 영감투성이다. 읽고 또 읽어도 늘 새롭다.

특별한 일이 없는, 그저 많은 날 중의 한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그저 무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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