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있을 육필 원고 전시회에 낼 작품을 준비 중이다. 컴퓨터로 글을 쓴지 오래 되어서 손글씨는 익숙하지 않다.
원고지 한 장만 내면 되는데 며칠 전부터 맹연습 중이다. 손글씨가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작품으로 낼려니 마음에 차지 않는다. 아직 보름 남짓 된 남았으니 그동안 연습을 할 참이다. 주변을 보니 힘들이지 않고 일필휘지 하는 문우들도 많건만 나는 매사 하는 일이 왜 이리 품이 많이 드는지 모르겠다. 주인을 잘못 만나 손발이 고생 중이다.
내가 출품하고자 하는 미발표 수필 끝 부분이다.
부사도 형용사도 내려놓는다.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삶을 살 때가 되었다. 잘 익은 바람이 곁을 지나는 날이면 젖은 마음을 꺼내서 말린다. 생을 마감할 때는 한 줌 바람처럼 가벼웠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몇 개의 동사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먹다, 살다, 보내다, 바라보다, 깊어지다 같은...... 수필 <말들의 집> 중에서, 김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