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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30. 2020

걷는 인간 5 -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020.10.30.금

시월도 다 끝나가는데 뭐하고 지내냐고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러고 보니 시월도 끝자락이구나! 벼락치기로 의견 조율해서 구룡포해안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지난 번엔 흐리고 바람 부는 날 갔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바람은 조금 있지만 하늘은 맑다. 바다 색깔이 기대가 된다.


후다닥 차를 몰고 가서 김밥을 사왔다. 내가 늘 사는 김밥 집은 이름 난 체인점인데 어제 세탁소 가는 길에 보니 작고 깨끗한 김밥집이 있어 들어갔다. 사 와서 맛을 보니 괜찮았다. 젊은 커플이 운영하고 있었다. 다음부턴 이 집을 이용해야겠다 싶었는데 바로 오늘 또 오게 되었다. 소상공인들이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이 젊은이들도 부디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냈으면 싶다.


오늘 동행한 친구는 남편의 동료 부인이다. 부부 동반으로 가끔 만나다가 나이 차가 좀 있지만 친구가 되었다.

나처럼 '굳세어라 금순아'부류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몹쓸 병과 투병한 적이 있는데 그게 벌써 십오 년이나 되었단다.


걸으면서 십오 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설마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목 메어 부르며 젊은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겠지. 카키색 골덴 바지에 베이지색 쉐타를 입고 괜찮은 펌프스 신고 도서관에 출근하는 할멈이면 좋겠다, 그때도.



아무튼 가을날 오후, 맑은 바람, 잘 닦인 햇살, 반짝이는 바다가 있어서 행복하다. 김밥 두 줄 5600원, 집에서 내려간 커피, 구운 고구마, 친구가 사온 빵.

참 저렴하고 착한 나들이다. 그러니 돈이 없어서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는 말은 옹색한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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