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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31. 2020

겨울 나기

2020.10.31.토

시월의 끝자락이다. 사람도 식물도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코트, 부츠, 애인이면 겨울 준비 끝이라고 철없던 가시내 시절엔 낄낄거리곤 했었다.
그때로부터 참 많이 걸어왔다.
코트도 여러 벌, 부츠도 여러 켤레, 오래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할 애인도 아직 건재하다. 이만하면 겨울나기 준비는 문제 없을 듯.


친구가 그저께부터 얼굴이 갑자기 퉁퉁부었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경험자라 위로차 한달음에 달려갔다. 갱년기의 한 징조다. 별다른 약이 있는 게 아니고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친구네 아파트 단지에선 높이 크레인을 올려 키다리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몸피를 줄여야 하는 건 사람도, 식물도 예외가 없다.
나도 몸피를 줄이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산책로를 걷다보니 아직까지 피어있는 장미가 반갑다. 기온이 차서 그런지 향기도 짙다.

아름다운 가을날, 시월의 마지막 날.

친구와 장미가 있어 더욱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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