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끝자락이다. 사람도 식물도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코트, 부츠, 애인이면 겨울 준비 끝이라고 철없던 가시내 시절엔 낄낄거리곤 했었다. 그때로부터 참 많이 걸어왔다. 코트도 여러 벌, 부츠도 여러 켤레, 오래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할 애인도 아직 건재하다.이만하면 겨울나기 준비는 문제 없을 듯.
친구가 그저께부터 얼굴이 갑자기 퉁퉁부었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경험자라 위로차 한달음에 달려갔다. 갱년기의 한 징조다.별다른 약이 있는 게 아니고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친구네 아파트 단지에선 높이 크레인을 올려 키다리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몸피를 줄여야 하는 건 사람도, 식물도 예외가 없다. 나도 몸피를 줄이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산책로를 걷다보니 아직까지 피어있는 장미가 반갑다. 기온이 차서 그런지 향기도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