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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Nov 01. 2020

귀천

2020.11.1.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천상병



11월 첫날, 주민등록을 하늘로 옮긴 분이 계셔서 문상가는 중이다. 올해는 웬만한 곳엔 문상도 그냥 지나쳤었다.

오래전 어수선한 시절 정치권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를 외친 적이 있었다.

요즘은 그 반대로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사람 구실 못할 때도 잦다. 오늘은 피치못해 나섰다.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으로 소풍왔다가 간다고 했고 조병화 시인은 어머니 심부름 마치고 간다고 했다.

나는 소풍을 왔을까? 심부름을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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