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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Nov 13. 2020

위대한 서사

2020.11.13.금


친구의 다큐촬영 핑계로 외박.
친구네 집에서 자고 카페에서 브런치로 아점을 먹었다.
먹은만큼 움직여야 하는 아줌마들이라 신천을 걸었다. 어린 시절엔 맑은 물이 흘러가던 곳이었는데 경제개발하느라 급격히 오염되었다가 몇해전부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오염은 잠깐인데 복원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미술쟁이 친구라 함께 대구미술관에 갔다. 카프카의 말처럼 굳어진 의식을 도끼로 깨는 작업 중이다. 도슨트가 따로 필요없는 친구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다. 열정을 가진 이의 프로정신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일 터.

모처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를 찾는 다급한 진동. 불길하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운 분이 모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이어서 온 다른 소식은 지인의 득손녀. 이렇듯 한 사람은 가고 또 한 사람이 온다. 대구미술관의 전시 제목처럼 인간사가 <위대한 서사>이다.

나의 유유자적은 여기까지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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