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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시대에 안 스마트하게 살기

2020.11.26.목

by 김제숙

우리나라는 자동차 왕국이라 그런지 걸어다녀보면 보행자가 안전한 사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는 잘 느끼지 못했다.

도시학자 김진애는 우리 나라의 도시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주거지와 상업지구가 분리되었기 때문에 많은 도시문제가 야기 되었다고 한다. 출퇴근 전쟁, 공해, 도심의 공동화 현상 등. 그 이면에 대기업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 논리가 내재하고 있단다. 주택, 정유, 자동차, 통신을 모두 대기업이 쥐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며칠 동안 집과 집 근처에만 있어서 오늘은 손주를 등원시키고 걸어서 재래시장에 갔다. 걸으면 사오십 분은 걸린다며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지만 바쁜 일도 없는데 싶어서 걷기에 나섰다.
구 시가지여서 그런지 길도 꼬불하고 횡단보도도 끊긴 곳이 많았다.
그전에 차를 타고 한 번 간 적이 있어서 기억을 되살리며 걸었다. 이제 일년 남짓 있으면 아들이 사둔 집으로 이사할 터여서 여기로 다시 올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시장은 시내 중심가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깨끗했지만 너무 한산했다. 제일 작은 가게에 들어가서 손주 양말 다섯켤레를 샀다.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왔다. 버스를 탈까 싶었지만 노선도 잘 모르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망설여졌다. 스마트한 시대에 안 스마트한 생활이다. 친구들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노선과 기다리는 시간들을 알아보고 다니곤 하던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날로그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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