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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Dec 12. 2020

멀고 험한 길

2020.12.12.토

어젯밤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말이라 주중에 일하느라 힘들어서 주말에 둘 다 아기 돌보기가 어렵단다. 우리 집으로 오면 안되겠냐고 묻는다. 토요일 오전에 왔다가 일요일 오후에 가야하는데 그 먼길을 오겠다는 게 좀쉬고 싶다는 말인 듯 싶어서 오라고 했다.



무얼 먹고 싶은지 물으니 지난 번 왔을 때 먹은 빈대떡이 먹고 싶단다.

어제 저녁 장을 봐서 시간이 많이 드는 삼계탕을 끓여 두고 빈대떡에 넣을 숙주를 데쳐놓았다.


오늘 오전 도착할 시간에 맞춰 수육을 삶고 빈대떡을 다 부치고 나니 아이들이 도착했다.

점심 먹고 치우고 모두 낮잠 모드에 들었는데 아기는 눈이 초롱하다. 동네 한바퀴를 돌고 와도 에니메이션을 보며 잘 생각을 안한다.

아기야, 너 자면 할머니가 해야할 일이 있어, 했더니 저 편한대로 말귀를 알아들은 아기는 나보고, 가서 코~자라고 한다.



잠깐 눈을 붙이고 난 할아버지와 교대하며 나는 몸을 뺐다. 힘든 육아다. 남매를 어떻게 키워냈나 싶다.

좀처럼 생각이나 기분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아들의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데 밤에도 잠을 설치니 어떻게 몸이 견딜까 싶어서 마음이 애잔하다.

멀고 험한 육아의 길이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세월이 흘러서 보면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었다는 말을 하게 될 터이다.


어제밤 잠을 설쳤더니 잠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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