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약간은 시끌벅쩍한 연말 분위기에 편승해서 시내에 나가 쇼윈도우를 기웃거리고 케익을 사고 남편의 선물을 샀다.
그중 제일 중요한 일은 큰 서점에 가서 책들을 구경하고 내년도 다이어리를 사는 일이었다. 이십오 년 넘게 같은 회사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몇해 전부터는 크기가 제일 작은 것을 사용한다. 그리 많이 쓸 것도 없는데 무엇보다도 휴대하기에 간편해서다. 올해는 일년에 한 번 뿐인 그런 소소한 재미도 패스했다.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목요일이라 삼 주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16킬로를 걸었다. 오늘은 봄 날씨처럼 따뜻했다.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모처럼 활짝 폈다.
집에 왔더니 그저께 주문했던 다이어리가 와 있었다. 디자인이 조금 바꼈다. 내 마음에는 기존의 스타일이 더 나아보인다. 그러나 색깔은 이번에 처음 나온,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렛 색이다.
내년에는 어떤 일들을 기록할까? 부디 좀 룰루랄라할 일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두어 해 동안 남편이 와병 중이었고 이사를 하느라 마음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그런 어려움은 잠깐인듯 싶다. 남편이 건강을 회복했고, 무엇보다 새 생명이 와서 가족이 늘었다.
가끔 오래전의 다이어리를 뒤적거려보곤 한다. 내가 한때 무엇에 열심이었는지, 무엇 때문에 슬퍼했는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를 시간을 건너 그 시절로 가보기도 한다. 그것은 기록으로 갈무리된 시간이 가져다주는 선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