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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an 04. 2021

왕의 길

2021.1.4.월

새해 첫 월요일이다.

뭔가 의미 있게 보내고 싶지만 하수상한 시절에 할수 있는 게 별로 많지 않았다.

경주에 사는 친구에게 오늘 뭐하냐고 물었더니 별 계획이 없단다. 교사를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서 퇴직한 친구이다. 몸을 잘 회복하고 앞에 놓인 일들도 잘 헤쳐가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내 주위에는 이런 친구들이 많다.

그럼 새해 기념으로 <왕의 길>을 걸어보는 게 어떠냐고 톡을 날렸더니 대찬성이다.

천 년도 더 전에 왕이 친히 행차하시던 길을 21세기의 아낙네 둘이서 즐겁게 걸었다. 올해의 목표가 '룰루랄라'로 사는 것이니 오늘은 일단 성공이다.


근래에 들어 겨울 풍경이 좋아졌다. 다 비우고 맨 몸으로 서 있는 나무들이 홀가분하고 아름다와 보였다. 청춘의 신록이 너무 힘겹고 버거운 나무도 있지않을까. 내 잣대로 그런 생각을 했다.


늦은 점심을 어디가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보문호수 옆에 있는 친구의 시골집에 가서 떡라면으로 해결을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친구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 양갱 먹으며 <오후 3시>를 쓰는 멋진 날이다.


집에 오는 길에 지는 해가 무척  아름다웠는데 차 세울 곳이 마땅찮아서 지나쳐왔다. 내일 다시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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