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숙 Jan 08. 2021

겨울의 맛

2021.1.8.금

요즘은  몸에 너무 자유를 준 탓인지 점심만 먹고 나면 졸음이 몰려온다. 잠자는 시간을 다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으로 늘리자 생긴 현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얼굴을 만지면 부스스 눈꼽도 떨어진다. 이게 뭔가 싶긴 한데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그동안 쌓인 불순물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겠거니 좋게 생각한다. 우리 집 만물박사 어른이에게 물어보면 가르쳐줄텐데 생략하고 만다.



날씨가 살짝 풀린듯하여 산책을 나섰다. 동네 한바퀴 돌아오는 정도. 집앞 체육관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면서 지르는 함성이 들렸다. 규제가 좀 완화됐다더니...  자연스러운 일이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그래, 아이들은 저렇게 힘을 놀이로 발산하며 커야지.



내가 좋아하는 은백양나무가 흰 자태를 완벽하게 드러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있다. 나목을 강조하기 위해 살짝 어둡게도 찍어봤다.

강추위도 아랑곳않고 자라는 식물이 있다. 마늘이다. 이런 추위를 이기고 자라나야 맛도, 향도 좋다.

돌아오다보니 까치들도 열심히 마실을 다니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겨울이면 영하 10도가 넘는 것은 예사였던 것 같다. 어느 날, 엄마가 "내일은 영하 16도란다. 집에 꼼짝말고 있어라." 했는데 오빠랑 몰래 스케이트 타러 갔다. 너무 추워 모닥불을 쬐다가 새로 산 오바를 태워 먹었다. 내가 우겨서 간 거였는데 아버지는 동생을 잘 못 돌보았다고 오빠를 혼내며 벌을 세웠다. 미안한 마음에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일이다.



인간사를 들여다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는데 자연은 이렇게 아무일 없는 듯이 잘 흘러간다.

그동안 편한 것, 편리한 것을 추구하느라 사람들 마음대로 사용한 자연을 이제는 보듬고 돌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기상이변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에곤 실레의 나무와 나의 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