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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an 07. 2021

에곤 실레의 나무와 나의 나무

2021.1.7.목

오늘이 올 겨울 들어서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한다. 곳곳에서 폭설, 한파, 강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지만 동해안 남쪽에 치우친 이곳은 눈이 다녀간 시늉만 한 듯하다.


걷기하는 날인데 자나깨나 몸 조심하는 겁이 많은 아줌마들이어서 이번 주도 건너뛰는지 조용하다.

오전에 <파경>이라는 제목의 세 수짜리 연시조를 겨우 만져놓고 비몽사몽 중이다.


예전엔 날씨가 추워지면 신이 났었다. 그 신명을 주체하지 못해서 십여 년 전 겨울,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영하 삼십 도의 바이칼 호수에 갔었다.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우아직(봉고 같은)을 타고 건너서 호수 안에 있는 알혼섬까지 갔다.

거기에서 잊지 못할 사진을 찍었다. 해가 막 넘어간 시간 호수 가에 홀로 서 있는 나무. 외로움이다.



내가 에곤 실레의 <네 그루의 나무>를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석양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나무에서 화가의 외로움을 읽은 탓일게다.


어제, 그저께 실패한 해넘이 사진을 찍으러 다시 갔었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알아보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같은 시간을 살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내는 것 같아서 나 자신이 대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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