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구하는 일상 중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와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편안한 옷차림과 괜찮은 로퍼를 신고 걸어서 도서관에 가는 일이다.
별로 어렵거나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어서 오늘 예행연습을 해봤다.
오늘은 재택근무하는 며느리가 오후엔 일을 해야 된대서 오전엔 며느리가, 오후엔 내가 아기를 보기로 했다. 카레로 아침을 먹고 로퍼는 아니고 부츠를 신고 도서관에 갔다. 신간이나 신문 등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자유열람실에 일등으로 도착했다. 실로 오랫만에 오늘자 종이 신문을 읽었다. 반가왔다.
지금보다 더 많은 서리가 머리에 내려앉을 즈음엔 바쁠 일도 급할 일도 없는시절이 오리라. 그러면 오전 시간 느릿느릿 종이 신문을 읽는 일도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다.
내가 구독하던 신문은 이사를 했더니 배달불가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끊게 되었다.
만지고 있던 수필을 한 번더 훑어보고 - 오래 놓고 있어서 잘 안나간다. 고전 중이다 -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있어서 가져와 보았다. 세 시간 동안 앞부분,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이해, 성장, 감상으로 갈래를 정의한 예술의 기능에 대해 읽었다. 보급판이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근조근 목소리를 낮춰 얘기하는 품새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지금은 하루키만 들어있는, 읽어야할 작가군에 넣어두어야겠다.
알람이 울어서 아쉬움을 달래며 일어섰다. 나중에는 이렇게 중간에 맥을 끊고 일어설 것이 아니라 저녁해지는 어스름까지 느긋하게 있어야지. 도서관 문을 나서니 눈이 펄펄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