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씩 넘기는 일상
여름 한낮.
마음 쓸 일이 있어서 먼 곳에 일을 보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의 풍경은 젖은 내 마음과는 아랑곳 없다는 듯 눈이 부시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있을 때는 대체로 사진이 잘 되지 않는다.
사진 찍는 이들이 이 시간을 피하는 것은 불문률이다.
그런데 요즈음 한낮 사진을 가끔 찍는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은 드라이한 사진이 좋아졌다.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안과 밖이 투명한, 그래서 저의가 뭔가 싶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진이 좋다.
아마 마음의 반영일 터이다. 예전엔 조금 무게감 있는 사람이 좋았다.
뭔가 분위기 있는, 그 분위기에 젖어 나도 모르게 한없이 내려앉는, 함께 고즈넉함에 발 담글 수 있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사람은 되도록 멀리한다.
가볍고 팔랑팔랑한 사람이 좋다.
몸이 아니고 마음이 그런.
아, 가볍다는 건 단순무식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알아서 그 앎이 익어 잔가지를 쳐내고 한두 줄기로 굵게 남아 현란하지 않는 그런.
그냥 지나쳐 갔다가 다시 자동차를 돌렸다.
카메라도 가져오지 않아서 폰으로 찍었다.
6월 첫날,
투명한 사진 몇 장에 마음은 무장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