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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May 10. 2019

새벽에 만난 이웃

한 장씩 넘기는 일상

새벽 기도를 마치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온다. 내가 아무리  늦장 부리며 애를 써도 오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예배당 한 집 건너가 우리 집인 탓이다.

오늘은 직선코스가 아니라 길게 늘인 에스 코스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만난 꽃, 붉은 토끼풀이다.

한껏 핀 것 하나, 마악 피고 있는 것 하나를 꺾어가지고 와서 병에 꽂아 책상 위에 두었다.

사물을 좀 더 깊이, 오래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오후 시간, 다시 책상 앞에 앉았더니 금방 옮겨왔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어느새 목을 세우고 있었다.


봄을 타는지 비실거리고 있는 나에게 이봐요, 나 좀 봐요, 말을 걸고 있는 듯 보였다.

손을 봐야 하는 원고, 만지고 있는 시조를 앞에 두고 의기소침해 있는 나에게 슬쩍 곁을 열어주고 있는 이 작은 풀꽃 하나에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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